올해는 4대 금융지주 회장에게 뜻깊은 한 해였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대규모 명예퇴직 이후 조직을 안정시켰고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자체 민영화가 무산됐지만 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했다. 한동우 신한 회장은 '신한사태'로 분열된 조직을 다시 하나로 합쳤고 김승유 하나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올 경영 성적표는 어떨까. 서울경제신문이 은행권(4대 은행 제외)과 금융감독원 임원들의 도움을 받아 회장들의 경영성적을 알아봤다. ◇성장성은 김승유, 수익성은 한동우=4대 지주 중 성장성 부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은 김 회장.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가격 재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인수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외환을 품에 안으면 자산 규모 2위, 외환ㆍ프라이빗뱅킹(PB) 등에서 1위로 올라선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젊은 층을 위한 락스타 지점을 개설하고 외환과 대기업금융을 강화한 어 회장도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 회장과 이 회장은 당분간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민영화를 생각대로 진행하지 못한 점을 고려했다. 수익성에서는 금융권 최초로 당기순이익 3조원을 돌파할 신한의 한 회장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최대 3조2,000억원가량의 이익을 낼 예정인 신한은 총자산수익률(ROA)이 1.1% 안팎이 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0.9%대인 KB와 하나ㆍ우리금융 등이 뒤를 이었다. 자산건전성 평가에서는 한 회장과 김 회장이 연말에도 1.1%대의 부실여신비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어 회장의 경우 국민은행이 연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1.5%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지만 부실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커버리지레이쇼(충당금적립/고정이하여신)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 회장은 대규모 상각에도 추가로 털어야 할 부실이 적지 않아 한 회장이나 김 회장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사회공헌에서는 4대 지주 회장이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 회장은 '따뜻한 금융'으로 관심을 끌었고 어 회장은 올해 'KB금융공익재단' 설립과 일자리 소개사업인 'KB굿잡'을 진행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가격에서 깎은 금액 중 최소 1,000억원을 사회공헌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우리다문화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다. ◇정치바람 막느냐가 관건=문제는 내년. 총선과 대선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정치바람'을 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KBㆍ우리ㆍ하나 등 주요 3대 지주사는 최고경영자(CEO)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선거를 전후해 야당 등에서 조직을 흔들면 금융회사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영업이나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회장들은 내년에 추진해야 할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어 회장은 내년에도 대형 M&A가 절실한 상황. KB가 자체 성장만으로는 비은행권 육성이 사실상 어려워 M&A를 추가로 해야 한다. 이 회장은 성장동력을 더 이상 갉아먹지 않기 위해 빠른 민영화가 필수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시 '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시너지를 최대화하는 게 당면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문화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한 회장도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추가로 찾아내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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