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세제부터 금융·연구개발 분야까지 한발 앞선 맞춤형 지원책 만들어야

■ 위기의 제조업 <하>

"실적이 나빠 법인세 납부 자체가 줄어들 마당에 비과세 부문 조정하는 게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대기업 세수 인상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비과세와 감면 부문을 조정해 대기업에서 세금을 더 걷겠다"고 밝혔다.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는 조선과 실적이 10~20%가량 급락하고 있는 자동차, 중국 토종업체의 도전을 받고 있는 전자업종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당장 눈앞의 세수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위기에 처한 제조업에 맞춤형 종합 지원책을 제공해 기업이 이익을 더 내고 법인세도 많이 납부하도록 유도해야 할 때인데 거꾸로 간다는 의미다. 제조업과 국내 대기업을 바라보는 정부 인식의 한계를 알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동안의 정부 규제와 간섭은 생각하지 않고 금융업의 세수감소만 탓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실제 경쟁국들은 제조업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및 첨단장비, 신소재 같은 7대 산업에 2020년까지 9,000억위원(약 158조원)을 투자할 예정이고 10대 제조업 분야를 세계 정상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제조 2025 전략'을 공개했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연구개발(R&D)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제 및 현금지원을 대규모로 하는 나라도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은 국가 역점사업인 자동차 관련 기업에 투자금액의 40~50%에 달하는 현금 및 세제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국적도 관계가 없다. 도요타는 최근 켄터키주로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면서 3억6,000만달러 투자 가운데 1억4,650만달러의 혜택을 받았다.



일본도 이와테현과 효고현 같은 일부 지역은 공장 설비 보조금 상한액이 무제한이다. 오사카 등은 100억엔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대만도 국내에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는 투자액의 5~20% 상당 금액을 법인세 납부액에서 공제할 수 있게 하고 혁신적인 R&D에는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한다.

독일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업과 1대1 협상을 통해 유동적으로 제조업체의 공장 건설 지원 범위를 조정하고 있다. 투자지원 조건과 금액을 명시해놓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난다.

정부의 산업정책이 속도와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정부는 늦어도 8월까지 부처 합동으로 수소차 보급을 위한 신로드맵(계획)을 짤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연말께로 연기됐다. 일본은 정부와 에너지기업·완성차업체가 3각 공조를 통해 대대적인 수소충전소 보급 및 지원 방안을 내놓고 관련 작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우리는 계획안조차 나오지 않은 셈이다.

제조업 전반을 아우르는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권 차원에서 현재의 제조업 위기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세제와 금융·R&D 같은 모든 분야와 전 업종을 다룰 수 있는 로드맵을 짜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중국과 일본은 제조업 분야에서 각각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으로 승부했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일본은 엔저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어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달라진 상황에 맞는 새로운 종합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 차원에서 각 부처를 조율해 종합적인 제조업 지원정책과 향후 경쟁력 확보 방안을 새로 짜볼 필요가 있다"며 "나무만 보는 게 아닌 숲을 보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