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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Stroy]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하루 3시간 수면… 밤낮없이 일하며 회사 키웠죠"<br>한평짜리 매장서 年매출 5,000억 중견 업체로 성장<br>한때 부도 났지만 '반드시 성공' 일념으로 다시 일어서<br>골프는 나에겐 사치…공휴일에도 대리점 점주 방문



"딱히 손꼽을 만한 성공비결은 없습니다. 동대문시장 한평짜리 가게에서 시작해 28년 만에 연매출 5,000억원대의 중견 의류업체로 비약 성장하기까지 하루 3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었는데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지요." 최병오(57ㆍ사진) 패션그룹 형지 대표이사 회장은 "부도를 맞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꼭 성공해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형지는 '악어표'로 유명한 여성 브랜드 '크로커다일' 하나로 국내 여성복 최초로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해 중저가 여성 패션시장에서 돌풍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 회장은 "오직 패션업 한길만 보고 갈 것"이라며 "형지를 100년이 넘어도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패션그룹 형지는 지난 1월 형지어패럴에서 사명을 바꾸고 토털패션 전문기업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4년 전만 해도 매출 3,000억원대의 중소업체에 불과했던 형지는 지난해 매출 5,600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7,500억원, 내년에는 1조원를 내다보고 있다. 형지의 시작은 29년 전인 1982년 동대문시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걸음은 보잘것없었다. 형지의 전신은 동대문시장 한켠에 있는 한 평짜리 매장이었다. 한 사람만 들어가도 꽉 차는 좁다란 매장이지만 그렇다고 꿈마저 초라한 것은 아니었다. 최 회장은 당시 반드시 브랜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공장에서 옷을 사와 팔기만 하는 일반상인들과 달리 처음부터 자체 브랜드를 제작해 판매했다. 그가 처음 만든 브랜드는 '크라운'. 유명 브랜드의 복사본이 많았던 당시 동대문시장에서는 드문 시도였다. 단순히 라벨만 부착한 게 아니라 품질보증ㆍ소재ㆍ상품표시 등 태그를 3개씩 붙여가며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다. 하루 단 3시간씩만 자며 새벽부터 밤까지 가리지 않고 일을 해댔다. 그 결과 10년 동안은 '최병오' 하면 동대문시장에서 명함 없이 다닐 정도로 사업이 성장했다. 하지만 사업 10년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어음관리를 잘못해 1992년에 부도가 났던 것. 막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연쇄부도로 이어져 그는 빈털터리가 됐다. 한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헝그리 정신'이 다시 그를 일으켜 세웠다. 4년 후인 1996년 그는 싱가포르 여성 브랜드인 '크로커다일'을 국내에 선보였다. 크로커다일은 이후 여성 브랜드 최초로 매출 3,000억원대를 돌파한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재기에 성공하기까지 두 발 펴고 잠 한번 제대로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고 최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부도를 맞았던 경험 때문에 크로커다일을 들여올 때만 해도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며 "일요일도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고 말했다. 당시 물불 안 가리고 일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한 그룹의 오너인 지금도 일요일은 물론 공휴일에도 대리점 점주들을 방문하는 일을 빼놓지 않는다. 그에게 골프는 사치와 다름없다. 힘들게 성공한 만큼 브랜드에 대한 애착도 크다. 자체 남성복 브랜드'아놀도바시니'를 입기 위해 최근 10㎏가량 감량까지 했다. "사장도 직접 입지 않는 옷을 누가 입겠냐"고 해서 시작한 다이어트였다. 그는 사내에서 '칭기즈칸'으로 불린다. 찢어진 눈매와 매서운 얼굴 때문이다. "미남은 아니지만 관상학적으로는 사업에 수완이 있다고 합디다. 칭기즈칸도 눈이 저처럼 찢어졌다고 하던데 이왕 이렇게 타고났으니 한국 패션업계의 칭기즈칸이 돼보려고 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7시 그가 회장 집무실에서 열리는 조간회의에서 팀장급을 혼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올 봄에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에 기대만큼 시즌 장사를 못해 최근에도 소리를 쳐가며 직원들을 혼냈다"며 "조간 미팅이 끝날 때쯤 전에 다녔던 직원에게서 안부 문자가 왔는데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엄하면서도 때로는 감성적인 모습을 감추지 않는 그의 성향은 직원들에게 격려와 힘찬 에너지를 불어넣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 회장은 "남들에 비해 지혜가 부족하다"며 스스로를 낮추고 경영 외에 남는 시간에는 독서를 한다. 크로커다일, 샤트렌, 아놀드 바시니, 그리고 올 초 론칭한 국내 최초 여성전용 아웃도어 '와일드 로즈'까지 굵직한 브랜드를 소유했지만 여전히 그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느라 여념이 없다. '3050' 아줌마들이 옷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패션그룹 대표로서 그가 바라는 꿈이다. 최 회장은 "합리적인 가격, 좋은 품질은 앞으로도 형지가 지향하는 목표"라며 "지금까지 고객에게 받은 사랑을 더 좋은 옷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최병오 회장은 ▦1953년 부산 ▦1996년 여성 크로커다일 국내 론칭 ▦1998년 ㈜형지어패럴 설립 ▦2003년 연세대 경제대학원 최고경제인과정 수료 ▦2004년 ㈜형지 크로커다일 설립 ▦2005년 ㈜샤트렌 설립 ▦2007년 순천향대 명예경영학박사 학위 취득, 한국패션협회 부회장 ▦2009년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회 부위원장 ▦2010년 패션그룹 형지로 사명 변경 ▦2010년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최고 부자도 입는 브랜드로 만들것"

압구정에 크로커다일 매장 오픈 최병오 회장의 올해 화두는 '공격경영' '스피드 경영'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내실을 다지며 불황을 견뎌냈다"며 "올해는 공격적으로 크로커다일을 스파(SPA·기획부터 판매까지의 일괄 소매의류 업체) 브랜드로 발전시키고 샤트렌도 상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형지는 올 초 세계 최초로 여성전문 아웃도어인 '와일드로즈'를 론칭한 데 이어 29일에는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에 3층 규모(연면적 545㎡)의 초대형 크로커다일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은 '강남 한복판의 중고가 브랜드 매장'이라는 최 회장의 역발상에서 탄생한 것. 압구정 매장을 시작으로 크로커다일을 30~40대 여성층을 겨냥한 스파 브랜드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최 회장은 "유니클로를 키운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부자도 우리 옷을 입을 수 있다. 고객을 창조하라'고 말했다"며 "마찬가지로 디자인과 품질이 좋으면 아무리 압구정동 최고부자라도 우리 크로커다일을 입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어 "최근 스파 브랜드들의 공세에 맞서 크로커다일도 월별로 생산하고 품평 등을 통해 스파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매장 대형화와 걸맞게 아웃도어형 스포츠 라인과 젊은 층을 위한 슬림 라인 등 스페셜 라인은 물론 액세서리와 이너웨어까지 갖춘 토털 매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선스를 받아 판매하는 크로커다일과 달리 직접 론칭한 샤트렌은 올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연내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와일드로즈 역시 여성전문 아웃도어로서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히 다져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최 회장의 꿈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100년 가는 기업 형지'가 그의 최종 목표이다. 이를 위해 올해는 매출 7,500억원을 달성하고 매출 1조원 이상, 경상수지 1,000억원을 2011년 11월11일 '빼빼로 데이'까지 달성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세워놓았다. 최 회장은 "평생 패션 한길만 간다는 의지를 담아 올 초 사명도 '패션그룹 형지'로 바꿨다"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기반을 닦은 뒤 대한민국 아줌마를 겨냥한 초저가 브랜드를 론칭해 유니클로처럼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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