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선도한다는 한국, 이러다간… 충격
IT 이어 다른 업종까지 무차별 사냥… 특허식민지 전락 우려■ 특허괴물에 한국기업은 봉토종기업 원천특허 부족 방어력 떨어져전략적 대응못해 돈만 쓰고 피해더키워정부도 IP비즈 부서 신설등대비책 시급더 키워정부도 IP 전담부서 신설 등 대비책 시급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삼성ㆍLG를 비롯한 국내 대표기업들이 특허괴물(NPE)의 주요 공격대상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런데 인터디지털과 모사이드 등 주요 특허괴물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이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특허괴물들은 점차 수가 늘어나면서 정보기술(IT) 분야 중심에서 다양한 업종으로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으며 타깃도 대기업에서 중소ㆍ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는 한국이 자칫 특허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지적재산권(IP)에 대한 인식을 바꿔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창훈 특허법인 우인 변리사는 "5개 내외의 국내 대표기업을 빼고는 특허분쟁 대응능력이 턱없이 부족해 끌려다니다가 막대한 비용만 소진하고 있다"며 "특허동향조사에 NPE도 포함시켜 사전에 철저한 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특허분쟁 먹잇감으로=해외 NPE의 글로벌 특허피소 상위 10대 기업 중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4위와 7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휴대폰 3개 제조사는 인텔렉추얼벤처스와 인터디지털에 특허 라이선스와 관련해 약 1조3,000억원의 막대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NPE 소송은 기존 제조업체 간 특허분쟁과 달리 크로스라이선싱(cross-licensing) 계약에 의한 종결이 불가능하다.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가 발간한 'NPEs 활동현황 연차보고서(2011년)'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특허괴물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제소한 건수는 무려 261건에 달했다.
이처럼 한국이 특허괴물의 먹잇감이 되는 것은 보유하고 있는 원천특허가 부족해 산업경쟁력에 비해 특허방어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재산권 출원 건수 및 특허협력조약(PCT) 국제출원 건수는 세계 4위(36만4,990건) 수준이지만 양적으로만 확대됐을 뿐 핵심ㆍ원천특허가 부족해 기술무역수지 적자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기술수지 적자는 2007년 29억3,000만달러에서 2009년 48억6,000만달러로 급증했다.
강순곤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부사장은 "NPE들은 국내 업체들이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허를 앞세워 공격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NPE, 소송범위와 대상도 넓어져=패턴트프리덤에 따르면 올 1월 기준으로 활동 중인 특허괴물은 560개로 2009년 말의 200여개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허괴물의 소송 건수도 2011년 4,508건으로 2010년의 3,854건에 비해 16.9%나 많아졌다. 국내 업체들의 피해 우려가 더욱 커진 것은 물론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특허괴물들은 과거 NPE와 달리 영업방식과 소송범위ㆍ경영방식ㆍ자금조달 등 여러 면에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전자업종이 중심이었다면 소매업ㆍ자동차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대표적으로 클라센이뮤노테라피스라는 특허괴물은 지난해 소아예방접종에 관련된 기술을 침해했다며 바이오제약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셀렉트리트리벌이라는 NPE는 전자상거래 업체를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NPE들은 특허를 취득한 뒤 6개월 내에 소송하는 등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국내 중소ㆍ중견기업을 목표로 한 공격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디지털 같은 경우 국내 특허청에 매년 2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식재산보호협회의 한 관계자는 "특허괴물들의 공세가 휴대폰ㆍ반도체 등 전자에 치중됐다가 이제는 자동차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고 기존 업체들이 NPE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적 차원의 방어책 세워야=아무리 벽을 쳐놓아도 특허괴물의 활동을 100% 억제할 수는 없겠지만 더 이상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도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우리의 IP 생태계는 '창의자본주식회사(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가 출범하고 IP 전문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사가 1호 특허펀드를 만들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IP 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는 특허가 자산의 의미를 넘어 생사를 결정하는 '핵심'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IP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 또 단순히 방어적인 측면을 넘어 구축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로열티를 얻어내는 사업화 전략도 요구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IP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전담부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지식재산기본법 제정 후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설치됐지만 지식경제부ㆍ특허청ㆍ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사실상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홍일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대표는 "지식기반 경제체제로의 발전을 위해 지재권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대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