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에 배척당한 ‘로드맵’

노사 관계법ㆍ제도 선진화 연구위원회가 노동부에 제출한 노사관계 로드맵 최종안이 논의를 시작해보기도 전에 노사 양측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최종안 가운데 사용자측이 특히 반발하고 있는 부분은 통상임금 산출방식으로, 현재는 연장근로나 심야근로ㆍ연월차 휴가수당 등을 산출하는 기준인 통상임금에 들어있지 않던 고정지급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시키기로 한 게 기업으로서는 엄청난 인건비 부담을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또 지난 9월 발표한 중간보고서에 들어있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용주 형사처벌 폐지와 공익사업장의 긴급복귀 명령제 등을 전면 백지화한 것도 사용자측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한마디로 중간보고서와는 달리 `파업하기만 좋은 방안`으로 전락했다는 게 한국경영자총협회나 전경련 등의 주장이다.

하지만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도 무리가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우리의 노사 관행상 상여금은 성과급과 달리 인센티브라기 보다는 통상임금으로 간주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수당의 통상임금 산입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현재 우리 기업의 각종 수당이 200여종을 넘어 어지러운 지경이고 직무와 관련성도 없는 본인수당, 가족수당 등이 있는가 하면 호봉제를 채택하면서 동시에 장기근속수당이 있어 뒤죽박죽이다. 따라서 현행 통상임금 산출 때 반영되는 직책ㆍ직무수당이나 위험수당 등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수당은 고정적으로 지급되더라도 통상임금에 산입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사용자측의 가장 큰 불만은 조정을 거친 뒤에만 쟁의가 가능했던 현행 조정전치주의 등을 없앤 부분이다. 경총 등은 “종래 불법 파업이던 것이 합법 파업으로 변하게 됐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물론 사업주는 합ㆍ불법을 가리지 않고 직장을 폐쇄할 수 있고 국제기준으로 보아도 조정전치의 의무는 없다. 하지만 과거 우리 노사관계로 보아 조정전치주의는 일정 부분 냉각기간의 역할을 해왔다고 판단되는 만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최종안에 대해 사용자측은 인건비부담 증대와 파업의 빈발을 걱정하고 있고, 노동계는 중간보고서 때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입법화를 적극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측의 반대가 본질 보다는 부수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절충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노사정위원회는 `논의시한 종결제`를 채택,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 의견을 취하기로 한 만큼 노사 양측이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절충점을 찾기 바란다.

<임석훈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