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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구조본 해체 의미와 파장(하)] 이해관계자 경영감시 거세진다
입력2003-06-23 00:00:00
수정
2003.06.23 00:00:00
손철 기자
참여연대는 지난 1월 초 SK와 JP모건 간의 SK증권 주식 이면거래와 관련, 최태원 SK㈜ 회장과 손길승 SK그룹 회장 등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SK사태의 시발점이었다.
SK㈜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앞두고 총 이사 10명 가운데 7명만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법원이 SK㈜의 지분 0.7%를 보유한 영국계 헤르메스기업연금운용이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손 회장과 최 회장, 김창근 사장 등의 의결권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지난 18일에도 SK㈜ 경영진은 기업설명회(IR) 자리에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SK㈜의 대주주인 소버린이 자문사의 전문가 두 명을 보내 이사회 결정의 의심사항을 꼼꼼히 따지고 나선 것. 소버린 관계자는
▲손길승 회장이 출자전환 협상에 나선 이유
▲출자전환의 전제조건 충족여부 등을 보충질문까지 해가며 추궁했다.
회사를 둘러싼 주주, 채권자, 노조,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SK만의 일이 아니다. 삼성은 참여연대의 단골 모니터링 대상인데다 현대차 노조의 경영감시 및 영향은 감사위원회를 뺨친다.
전경련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기업도 관련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주장이 급증했다”면서 “오너나 최고경영자가 이들 의견을 무시하고는 회사 경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내외부의 감시와 영향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소액주주 및 외국인주주, 시민단체, 노조 등의 감시강화로 오너의 이익을 대변한다든지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은 기업집단 내에서 설 땅을 잃고 있다. 반면 회사별 독립경영과 책임경영은 강조되는 추세다.
현대차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6월 자동차 부품회사 `본텍` 합병계획을 취소했다. “모비스의 본텍 합병이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사장의 후계 승계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노조와 시민단체, 소액주주 등으로부터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자동차용 전자부품 사업의 생산기반 확보를 위해 본텍 합병이 필요했지만 기업투명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이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기업경영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마냥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주변의 간섭과 영향력이 과도해지면 정작 위기 때 필요한 기업가 정신이나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공병호 박사는 “주주, 노조 등이 전체적인 회사의 이익보다 개인이나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적지 않고 부적절한 비판이나 대안 없는 우기기도 많다”면서 “(이해 관계자들이)글로벌 경쟁 시대의 경영여건에 대해 현실적이고 전문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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