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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국가’ 이미지로는 미래 없다
입력2003-08-13 00:00:00
수정
2003.08.13 00:00:00
한국경제가 전투적이고 조직적인 노조의 제물이 되고 있다는 불룸버그 통신의 보도는 국제적인 시각에서 볼 때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얼마나 과격하고 경제에 얼마나 부담을 주고 있는가를 다시한번 일깨워 준다. 노동불안이 외국인투자는 물론 우리 경제의 건실한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불안요인이라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얼마전 경제적 합리성을 벗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현대자동차의 노사합의까지 나오게 되자 노조가 국가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노동국가(labor state)로 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6주간의 파업으로 1조3,900억원의 손실을 입고도 물가상승률의 2배가 넘는 높은 임금인상을 끌어낸 현대차의 노사합의는 주주가치보다 노동자를 우선하는 노동국가라는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하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의 이 같은 노사합의가 현대차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재계가 우려하고 있는대로 국내 노동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차의 노사합의는 다른 기업과 산업으로 확산됨으로써 노사갈등을 증폭시키고 결과적으로 외국인투자 위축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기아차가 비슷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주5일 근무제등을 둘러싼 대규모 파업이 잇달아 예고 되어 있는 실정이다.
답답한 것은 전투적인 노조와 이로 인한 노동불안이 언제쯤 진정되고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구축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려 3년에 걸친 노사정 협상에도 불구하고 주5일근무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화와 타협이 없는 우리나라 노사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수 있다. 일단 요구조건을 내걸고 여의치 않으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해 물리적인 힘으로 쟁취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노사관계의 엄정하고 객관적인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노동국가라는 이미지로는 소득 2만달러, 동북아중심 등과 같은 국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노동국가라는 이미지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노동운동의 행태를 바꾸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데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기준에 맞는 법과 제도를 확립하고 엄정하게 집행하는 일이다. 파업이라는 물리적 힘에 의해 산업현장과 경제가 좌지우지되는 사태가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된다. 우리경제의 추락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국경제가 전투적 노조의 제물이 되고 있다는 불룸버그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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