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7년차인 이동건(35ㆍ가명)씨는 점심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은행을 찾았다. 직장 동료 3명과 함께였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소득증빙서류를 제출하고 재형저축에 가입했다. 이씨가 납입한 금액은 5만원. 동료들에게도 물어보니 가입 금액은 10만원을 넘지 않았다.
실물경기에 가장 과민한 30~40대가 출시 직후 금융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재형저축의 ‘얼리어덥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입금액은 10만원 이하 소액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납입금액을 줄이는 대신 일단 유행에 편승하고 보자는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6~7일 이틀 간 ‘IBK재형저축’에 가입한 8만5,000여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 중 3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2.8%에 달했다. 뒤이어 20대(15.2%)-50대(17.0%)-60대 이상(4.9%)-20대 이하(0.1%) 순이었다.
30~40대는 전 세대 가운데 경제적 독립 정도가 가장 강하다. 그만큼 재테크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은 인터넷 접근성이 20대 못지 않아 가입초기 걸림돌로 작용했던 소득증빙증명서 발급도 원활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초기에 재형저축에 가입한 고객들은 상품 이해도가 은행원 못지 않다”며 “이들은 신상품에 대한 관심이 크고 인터넷 활용도 원할 한 전형적인 얼리어덥터의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10명 중 8명 이상(84.4%)은 가입금액이 채 10만원을 못 넘었다. 10~20만원 납입자는 전체에서 5.6%에 불과했고 20~50만원(5.1%), 50만원 초과(4.9%) 등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는 가입자들의 눈치싸움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형저축은 적금과 달리 납입금이 자유롭고 납입한도(분기당 300만원) 내에서 저축ㆍ보험ㆍ펀드 등으로 분산투자할 수 있다. 더구나 산업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보험사 등이 재형저축 추가출시를 앞두고 있어 최고금리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장은 “월 100만원 이상을 납입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납입금액이 소액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고객들의 눈치작업이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