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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전문가 인터뷰] 브루스 커밍스 美시카고大 교수

“대(對)북한 정책에 관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 정책적 차이가 있지만,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외교적으로 포용하는 길 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며 시간을 끌다가는 오히려 코너에 몰릴 가능성이 있고, 북한도 이라크 전을 의식, 미국을 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해 강경하게 나가고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59)는 미국과 북한이 조만간 핵문제로 협상에 임할 것이며, 노무현 당선자의 포용정책이 한반도 긴장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지난 12월 중순에 방한해 한국내 반미 시위를 목격했을 때 그것은 미국 정책에 대한 반대의사이지, 미국인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당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이번 선거를 어떻게 봅니까.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한 결과로 봅니다. 20년전 독재 정권 시절에 감옥에 가고 수모를 당했던 사람들을 변호해주던 노무현씨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대선이 지난 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선거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통령은 당시 야당이었지만 50년대부터 정치활동을 했고, 한국에서 오랜 정치활동을 한 이른바 3김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에서 노 후보가 당선된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고, 한국 민주주의에 건강한 발전의 신호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최근 북한 핵 개발 이슈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핵 이슈의 발단은 북한에 있습니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우라늄을 확보하려고 하는 데서 국제적 긴장이 시작됐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포용정책으로 전환한 시점인 98년에 북한이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려고 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미국 지도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포기하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표현했습니다. 어느 나라라도 이라크와 이란처럼 악의 축이라고 비난받았을 때 강경파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더 이상의 포용정책을 받아들이지 말자는 북한의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입니다. - 한국은 포용정책을 추구하면서 북한에 핵개발 포기를 요구하는데 비해, 미국은 핵 포기를 위한 압력으로 대북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이 큰 차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만. ▲한국은 오랜 세월동안 북한의 위협에 시달려왔고, 핵무기라고 한들 종전의 위협과 본질적으로 다를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은 한국의 핵심시설을 파괴하고, 수많은 인명을 살상시키는데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래식 무기와 다를게 없습니다. 수십년 동안 북한의 위협을 직면해온 한국으로선 북한 핵미사일이 더 위협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으로선 북한의 핵 개발을 오랫동안 경고해왔고, 북한이 90년대 체결한 약속을 어기고 미국의 핵 억제정책을 정면 대립하고 있는데 대해 충격을 받고 있는 거지요. 워싱턴 정가의 입장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하고, 핵확산 방지 정책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 개발을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 그러면 북한 핵 이슈의 해결책은 무엇입니까. ▲한국과 미국 사이에 대북정책에 근본적인 차이가 드러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을 외교적으로 포용하지 않고는 문제 해결의 방법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미국이 이라크 문제에 집중할때쯤 북한이 협상에 나설 것으로 봅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이라크 문제를 집중하고 싶어하고, 북한은 이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이 시점에 핵 아젠다를 강하게 밀어부치는 것은 미국으로 하여금 협상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생각됩니다.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때까지 협상을 하지 않을 경우 코너에 몰릴 우려가 있습니다. 워싱턴의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시간을 끌 경우, 그 결과는 결국 북한의 핵 무장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 당선자는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겁니다. 노 당선자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협상을 중재할 것을 제의하지 않았습니까. - 현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노 당선자는 대북 포용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포용정책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어떤 결과를 낳을 까요. ▲햇볕정책 또는 포용정책은 90년대 중반 이후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크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북한은 햇볕정책에 의한 긴장 완화에 이득을 보았지만, 또다른 측면에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핵 프로그램을 밀고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북한 핵 문제의 유일한 방법은 협상밖에 없고, 대북 포용정책이 차기 정권에서도 지속되길 기대합니다. - 미국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한국에서 반미 정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반미 운동을 어떻게 보십니까. ▲나는 그 움직임을 반미로 보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수천명의 한국 젊은이들이 시위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지, 미국인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미국인)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일반적인 한국인들은 미국인들에게 우호적입니다. 한국에 그런 정서가 확산되는데는 크게 두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부시 행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포기하고,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방해한 것입니다. 둘째는 주한 미군 지위협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미군 법정의 판결은 의도가 없었지만, 한국인들을 화나게 했습니다. 미국이 대북 포용정책을 수용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개정하고,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처럼 한ㆍ미 간에 대등한 관계가 형성된다면 한국의 반미 움직임이 사그러들 것으로 봅니다. - 북한은 최근 시장 시스템을 도입하고, 신의주ㆍ개성ㆍ금강산등 세곳에 경제특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시장 개방 노력이 성공할 것으로 봅니까. ▲북한은 이미 경제특구를 만든 경험이 있습니다. 동북 지역의 나진-선봉에 경제특구를 설치했고, 개성 경제특구의 경우 현대그룹등 한국의 전문가들이 많이 진출해서 개발되고 있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의주 특구는 양빈 장관이 중국에 체포된 이후 어떻게 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계획 자체는 크게 발전한 내용입니다.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이 걸어온 방향을 갈 것으로 봅니다. 베트남은 경제 개혁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미국에까지 수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노동당 권력을 유지한채 경제 개혁을 밀고 나갈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당원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부자가 되고, 회사를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길만이 고립된 공산국가로부터 탈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와 이에 따른 통일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저는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를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북한이 오랫동안 생존할 재원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98년부터 시작된 한국의 햇볕정책은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선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10년전보다 더 줄어들었습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의 포용정책은 북한 체제를 유지하고 생존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대북한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북한 체제 유지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이 다른 어떤 산업 국가보다 빠릅니다. 중국의 경제발전이 한반도 균형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까. ▲중국은 오랫동안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습니다. 등소평의 시장 개장 정책으로 중국 경제는 지난 25년 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공산당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북한은 중국의 경험을 목격하면서 노동당 정권을 유지한채 시장을 여는 중국식 방식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를 잘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를 능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성장률이 5~7%로 중국보다 뒤떨어지지만, 하이테크 분야에서 중국에 앞서고, 한국 기업들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등 동남아 국가들은 현지 외국인 투자 공장이 중국으로 옮겨갈까 걱정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중국과의 게임에서 승리하고, 중국 경제발전에 참여함으로써 이득을 볼수도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커밍스 교수가 북한에 너무 우호적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만. ▲저의 견해가 북한에 동정적이라는 말을 공감하지 않습니다. 저는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외교적으로 포용하는 정책이라고 오랫동안 주장해왔습니다. 우리는 50년 이상 북한과 대결 국면을 지속해왔습니다. 그 결과는 북한 정권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변하기를 원한다면,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과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과 대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이 주장을 오랫동안 해왔을 뿐입니다. (브루스 커밍스는 누구) 미 시카고대 역사학 교수로, 한국의 근ㆍ현대사를 비롯, 남북 분단, 6.25, 한미 관계등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 환경에 대한 전문가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60년대에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으며, 북한도 몇 차례 방문했다. 그는 6.25가 남북간의 상호 교전 과정에서 확대된 것으로 해석, 미국의 보수 우파적 역사가는 물론 한국의 반공주의자, 북한 역사학자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한반도 정책에 비판적이며, 대북한 포용정책과 주한미군철수론 등 독자적인 주장을 많이 폈다. 그의 저서는 한국에도 많이 번역돼 있으며, `한국 전쟁의 기원`, `한국 현대사` 등이 있다. 오래전부터 `산업화의 괴물:20세기 동북아의 경제`라는 제목의 책을 준비했으나, 97년 외환위기로 중단하고, 앞으로 2년 후에 이 책을 마무리할 예정.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현재 59세.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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