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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본 96/명퇴파동속 ‘튀어야 산다’(96 재계 결산)

◎총수승계 2세들 ‘으뜸·가치·비전경영’ 천명/PCS사업권 앞에선 ‘적과의 동침’도 불사『15%이상 고율의 임금상승은 수지적자 차원이 아니라 우리경제의 사활이 걸린 경쟁력의 문제다. 따라서 모두의 생존을 위해 30대그룹의 내년도 임금을 총액기준으로 동결키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9월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가 끝난 뒤 황정현 전경련부회장이 한 말이다. 그의 발언을 계기로 비자금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재계는 감량경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됐다. 아울러 80년대 이후 지속된 임금상승과 고물가·고금리 등 이른바 「고비용­저효율구조」가 유행하면서 경쟁력 강화방안이 국가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후 기업들의 한계사업 정리와 명예퇴직 등을 통한 인력축소가 이어지면서 재계는 「명퇴파동」에 휩쓸렸다. 「밤새 안녕하십니까」 「동해로 명태(명퇴)잡으러 간다」 「고홈」 「샌드위치맨」(신세대 사원과 부장급 이상 사이에서 명퇴를 걱정해야 하는 30대후반 과장급 세대) 등과 같은 암울한 분위기를 풍자하는 말은 여기서 비롯됐다. 이런 가운데서도 불황극복을 위한 노력은 어느 때 보다 과감했다. 구본무 LG그룹회장은 『우리는 불황타개를 위해 명예퇴직과 같은 소극적인 방법을 쓰지 않겠다.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효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당시 명예퇴직 바람으로 어수선했던 사회적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기업들의 불황타개 방향을 한계사업 정리와 신규사업 참여 등으로 해 경영혁신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튀어야 산다」 「가사불이」 「빠떼루를 줘야 합니다」와 같은 말이 생겨났다. 「튀어야 산다」는 경영혁신의 과정에서 톡톡 튀는 신세대들이 급부상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중견사원들이 자기방어용으로 사용한 용어이며, 「가사불이」는 회사와 사원이 하나라는 의미로 혁신에 동참을 촉구하거나 사원들이 부족한 복지제도를 풍자한 말이다. 「빠떼루」는 직장내에서 혁신에 동참하지 않는 사원들에게 자극을 주는 용어로 사용됐다. 기업내부에서는 「가치경영」(현대) 「으뜸경영」(코오롱) 「비전경영」(금호) 등 캐치프레이즈가 어느해보다 유행했다. 올해 초 현대의 2세 승계를 시작으로 코오롱, 금호, 삼양, 두산, 한나, 성우그룹 등이 잇따라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새로이 등장한 젊은 새총수들은 저마다 새로운 경영을 내걸고 의욕적인 사업전개를 천명하고 나선 것. 지난 6월 PCS사업자 선정을 전후해서는 「합종연횡」과 「적과의 동침」 「야합」 등과 같은 말도 퍼졌다. 「합종연횡」과 「적과의 동침」은 PCS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재계의 앙숙이던 삼성과 현대가 손을 잡는 등 이익 앞에서는 적도 친구도 없는 냉엄한 현실을 풍자한 말. 또 「야합」은 사업자 선정전에서 떨어진 기업들이 경쟁 컨소시엄과 정부를 싸잡아 비아냥거리는 용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올해 유행한 말들은 경기침체를 반영한 듯 암울한 분위기를 풍자한 용어들이 주류를 이루었다』며 『특히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는 내년에도 이런류의 말들은 더욱 양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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