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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계 틈새시장을 잡아라
입력1997-04-08 00:00:00
수정
1997.04.08 00:00:00
정구형 기자
◎소품류 확대·붙박이 참여·중저가 집중 육성/어린이주니어용품개발 등 연령별 세분화도/올 시장규모 3조5천억원… “아이디어로 승부”「불황을 벗어나라」
최근 몇년간 가구경기가 침체를 거듭하면서 불황을 벗어나기 위한 해법찾기가 가구업계에 하나의 화두처럼 대두되고 있다. 그만큼 불황의 양상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3년간의 가구시장 기상도를 들여다 보면 온통 흐림 일색이다.
지난 95년 가구시장 규모는 3조2천7백억원으로 전년대비 7.5%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3조4천억원으로 3.5%포인트 하락한 4.0%의 성장에 머물렀다.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다.
정작 올해가 더 심각하다. 가구연합회가 추정한 올 가구시장 규모는 총 3조5천억원. 지수상으로는 지난해보다 2.9% 상승한 것이기는 하지만 실질 경제성장율과 소비자물가 상승율을 감안하면 분명한 퇴보다.
이를 부문별로 보면 전체 가구시장의 40%를 차지하는 가정용가구(혼례용가구)가 가구경기 침체를 선도하고 있다.
○혼례가구도 침체
가정용가구는 지난 95년 1조3천5백억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해 전년대비 5.0%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하향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역시 1조3천억원으로 3.7% 마이너스 성장했다. 그리고 올해의 경우는 지난해와 같은 1조 3천억원으로 성장율 「제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가정용가구의 침체 장기화는 일단 건설경기 부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부진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가정용가구 전체 수요자중 65%를 차지하고 있는 신혼부부들이 고가제품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개성있는 실용가구를 구매하는 추세가 뚜렷해 지면서 전체적인 시장규모를 끌어내리고 있으며, 대체수요자인 일반수요자들 역시 불안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꼭 필요한 가구만을 구입하고 있다.
이같이 꽁꽁 얼어붙은 구매심리는 가구업계의 세일행사까지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가구업계는 지난 95년부터 세일을 아예 정례화 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메아리불재로 가격인하에 따른 손익감소와 채산성 악화만 손에 쥔 꼴이 되고 말았다.
유럽산 고급가구와 동남아산 저가가구의 샌드위치 공략도 가정용가구업체의 시름을 깊게하고 있다. 이와관련, 가구연합회가 조사한 올해 가구류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2억달러로 지난해 보다 8.1%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 반면, 수입은 지난해보다 무려 40.6% 나 늘어난 4억5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고성장을 구가해 오던 사무용가구도 최근 침체의 늪 근처를 배회하고 있다.
지난 95년 사무용가구 시장규모는 8천5백억원으로 전년대비 23.0% 성장이라는 신화를 일구어 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9천5백억원으로 11.8% 성장하는 등 성장의 추세가 한 풀 꺽이더니 올해는 5.5% 성장한 1조원 정도의 시장규모가 예상되는 등 퇴조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무용가구업체 자체도 당분간 성장둔화는 피할 수 없다는데 공감을 표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활발하게 진행돼 왔던 기업들의 사무환경개선 움직임이 경기침체를 반영해 주춤하고 있는 상태여서 당연히 사무용가구 수요도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사무용 난립 양상
실제 지난 하반기 이후 국내 기업들은 원가절감 차원에서 이전 상위순위에 배치했던 사무용가구 교체 계획을 타사업계획과 자리바꿈하거나 아예 상당기간 연기하고 있다.
여기에 업계 내부적으로도 다수의 업체들이 사무용가구시장에 신규 참여, 춘추전국시대의 국면을 넘어선 난립의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업체의 난립은 곧 업체간의 경쟁심화를 낳고, 이는 곧바로 가격덤핑을 몰고오는 악순환의 시발이라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영업일선에서는 오더가 클수록 프리젠테이션을 실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프리젠테이션에서 구매자들은 통상 제품의 품질보다는 가격을 먼저 챙겨 이로 인한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부엌가구 역시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잠정적인 휴식기에 접어든 상태다.
부엌가구는 지난 95년 7천2백억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해 전년대비 13.6% 성장이라는 성과를 얻어 냈지만, 지난해에는 6.9% 성장한 7천7백억원으로 성장율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올해는 밑바닥 수준인 3.9% 성장에 8천억원의 시장규모 형성이 예상되고 있다.
부엌가구는 여타 가구에 비해 아직도 시장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며, 부엌가구 구입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이제 안정적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경기침체로 인한 구매욕 저하다. 경기부진은 국가, 기업등 경제주체들의 재정긴축을 유발하고, 곧바로 일반가계에 까지 영향을 미쳐 구매욕구를 떨어 뜨리기 때문이다.
이같은 가구시장 저변 상황을 감안하면 사면초가 형국이란 말을 적용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활로모색을 위한 가구업체들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바로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가구업계가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침체를 벗어나려는 것은 어느정도 가구시장 포화라는 전제가 감안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신세대로 표현되는 새로운 주력 구매층을 겨냥해 참신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승부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같은 틈새시장 공략은 ▲소품류가구 개발 ▲붙박이장시장 참여 확대 ▲연령에 따른 타킷 세분화 ▲조립식가구 생산 확대 ▲중저가대 모델 집중 육성 등의 형태로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틈새시장 공략 형태는 다양한 종류의 소품류가구 개발이다.
가구 구매패턴이 과거 대형 장롱을 축으로 한 세트구매에서 꼭 필요한 품목을 별도 구매하는 양상으로 급속 전환되고 있는데다, 안방보다 거실의 역할이 중요해짐에 따라 소파를 비롯한 거실장, 장식장, 콘솔, 안락의자 등의 소품류가구 판매가 기대밖의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루네오가구의 B&S가 대표적인 소품류가구인데, 소비자 구매패턴 변화라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인해 앞으로 가구업체 전체 매출중 소품류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업체가 아닌 일반가구업체들의 붙박이장시장 참여 확대도 최근 눈에 띄는 흐름중 하나다. 종합가구 메이커는 물론 건가구, 인테리어업체들이 이 부문에 신규 진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장인가구와 스칸디아통상이 새롭게 가세했다. 현재 시장진출을 준비중인 업체도 다수 있는 상태다.
○서비스 제고 열기
연령에 따른 타킷 세분화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활기를 띄고 있는 것이 바로 아동및 주니어가구다.
아동 및 주니어가구는 차기시장에서 상당한 성장이 기대돼 가구업체들은 일찌감치 이부문에 대한 제품 확대 및 보강을 실시해 왔다. 최근에는 전문업체들은 물론 종합가구 메이커까지 가세해 디자인 차별화와 캐릭터 개발을 무기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시스템가구로 불리는 조립식가구와 DIY(Do It Yourself)가구시장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스칸디아통상, 토픽핸즈 등의 DIY가구 업체들의 도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성장둔화 및 구매력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무용가구업체와 부엌가구업체들은 품질 및 서비스제고로 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사무용가구업체는 국내경기가 호전세로 돌아서면 곧바로 사무용가구 구매가 광범위하게 재개될 것으로 보고, 인체공학은 물론 감성공학 개념까지 도입한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엌가구업체들은 대리점 지원을 극대화하는 등 판매 확대와 함께 서비스질 제고에 남다른 열성을 보이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주택이나 인테리어 등 신규사업부문 진출도 강화하고 있다.<정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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