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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호남 컨소시엄, 유화업계 ‘합종연횡’ 가속화 예고
입력2003-01-30 00:00:00
수정
2003.01.30 00:00:00
손철 기자
LG화학-호남석유화학 컨소시엄이 30일 현대석유화학 지분 100%를 1조7,6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현대유화 매각 주간사은행인 우리은행과 체결했다. 이로써 LG와 호남은 2월 중 전체 채권단의 승인을 얻으면 단일기업으로 국내 유화업계 최대시설을 보유한 현대유화 지분의 50%를 각각 차지, 아시아권 선두 유화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이에 따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유화업계의 몸집 불리기가 본격화 되는 등 자율 시장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매각 과정 및 남은 과제= 현대석유화학 매각은 햇수로만 6년을 끌었다. 워낙 덩치가 크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매각이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정부는 98년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유화를 통합, 외자유치를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독자적으로 외자유치에 나선 현대유화는 2001년 10월 `구조조정촉진법`의 첫 대상이 되면서 매각이 비로소 본 궤도에 올랐다.
채권단은 현대 계열사의 현대유화 지분을 완전 감자하고 출자전환 및 채무재조정을 통해 우량회사로 변모시킨 뒤 국제 경쟁입찰을 통해 지난 해 12월 말 LG-호남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채권단과 컨소시엄은 한 달간 가격 및 인수조건에 대해 세부내용을 조율, 현대유화의 총부채 2조3,400억원 가운데 6,000억원을 탕감받고 1조7,400억원(자문수수료 200억원 미포함)을 매각대금으로 하는 데 합의했다. LG와 호남은 각각 3,000억원을 출자하고 8,000억원은 현대유화 명의로 차입할 예정이며 나머지 3,400억원은 기한을 연장해 5년동안 연리 7%로 갚아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매각승인이 2월 중순경 열릴 전체 채권단회의에서 순조롭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무담보 채권이 많은 투신사 등 2금융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현대유화 노조가 100% 고용승계 및 향후 경영계획 제시 등을 요구하는 것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유화업계 합종연횡의 신호탄= LG-호남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함에 따라 유화업계는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이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측은 일단 가격경쟁과 시장지배력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초유분인 에틸렌의 경우 LG와 호남, 현대를 합하면 250만톤에 달해 국내 유화업계 전체 생산량 550만톤의 거의 절반에 해당된다. 또 현대유화 인수시 LG화학은 핵심사업인 PVC, ABS 등의 원료확보가 수월해져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게 된다. 호남유화는 주력 제품인 에틸렌글리콜(EG)과 폴리프로필렌(PP) 등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각각 87.6%와 34.7%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인수 후 1년 이내에 현대유화를 쪼개 각자 강점을 갖고 있는 부문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화학 고위관계자는 “LG가 ABS수지의 원료인 스틸렌모노머(SM)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등을, 호남은 폴리프로필렌(PP)과 에틸렌글리콜(EG)쪽을 떼어 가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쨌든 두 회사가 최신시설을 갖춘 현대유화의 생산설비를 인수, 시장지배력을 강화함에 따라 유화업계는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삼성종합화학이 1조원 규모의 외자를 유치, 합작사로 탈바꿈하기로 해 대형 3~4개사만이 생존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박훈 석유화학협회 부회장은 “생존을 위해 남은 회사들은 일단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다 결국엔 자율적인 합병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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