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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창립 80주년을 맞는 신세계가 오너 3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한다. 이명희(66) 신세계 회장의 외아들로 지난 2006년 부회장에 오른 후 후계자로 경영수업을 받아왔던 정용진(41)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대표직에 등재되면서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신세계 경영의 결재라인에서 비켜 있었지만 이번 총괄대표이사직을 맡음으로써 새로 선임된 박건현 백화점부문대표, 최병렬 이마트부문 대표와 함께 그룹 주력사인 신세계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37) 조선호텔 상무도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999년 신세계 대표이사를 맡은 후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어온 구학서 부회장은 회장 승진 대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또 석강 백화점부문 대표는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향후 3년 동안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며 입사 동기인 이경상 이마트부문 대표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같은 대폭적인 물갈이로 신세계는 기존 전문경영인-오너로 이뤄진 투톱 시스템 경영체제에서 실질적인 오너 체제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의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1995년 신세계에 입사한 후 15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았으며 경영자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대주주의 책임경영체제 전환은 예정된 수순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9월 말 현재 이명희 회장이 지분 17.3%를 보유하며 최대주주 위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 부회장(7.32%), 외국계 투자사인 퍼스트스테이트인베스트먼트(7.61%), 에버딘그룹(6.03%) 등이 대주주로 있다. 정 부회장은 어머니 이 회장 지분을 비롯해 정유경 부사장(2.52%), 구학서 부회장(0.26%)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07%에 달해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후계자 자리를 확실히 하면서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구 부회장은 회장으로서 그룹 전반을 총괄하면서 정 부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해 오너 경영체제를 뒷받침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유통업체들의 선진 경영기법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던 정 부회장이 공격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그는 2007년 말 심화된 대형 마트의 경쟁구도 속에서 이마트 자체브랜드(PL)를 내세워 제품 값을 절반으로 낮추는 획기적인 가격정책을 주도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 경쟁력 강화와 함께 경쟁사인 롯데로 기울어지고 있는 해외사업의 주도권을 되찾는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어떤 방법으로든 오너십 경영의 성과를 거두고자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정 부회장이 수시로 언급한 '글로벌 유통 톱10' 진입을 위한 외형 확장을 위해 복합쇼핑몰 중심의 신규 점포와 신성장 업태 개발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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