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한국의 경제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병일(사진)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28일 ‘2013 기업가정신 주간 국제컨퍼런스’ 세션1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관료들은 규제할 수 있는 권리를 자신의 기득권이라고 생각한다”며 “규제완화가 선거 때마다, 포럼 때마다 나오지만 처음에 위원회를 만들고 움직이다가 결국 1~2년 지나면 똑같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개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공무원들이 모두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없으면 안 된다”고 변화를 촉구했다.
최 원장이 위기감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더딘 성장과 빠른 고령화 추세다. 최 원장은 “물가의 급격한 상승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적정 성장률은 3% 수준”이라며 “이 정도로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느냐면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26년부터 한국이 초고령 사회로 들어가면서 생산활력이 떨어지고 소비가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온다”며 “남은 13년의 시간 동안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갖추고 누구나 아이디어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한국은 정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규제완화가 필요한 것은 기업가정신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기업가정신은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개인의 성공담 차원이 아니라 혁신적인 시도를 계속 할 수 있는 시스템의 문제”라며 “규제를 풀지 않는 관치경제에서는 비생산적ㆍ파괴적 기업가정신만이 남게 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관광ㆍ컨벤션 등 마이스(MICE)산업을 예로 들며 “한국의 마이스산업이 부흥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열악한 호텔산업이 원인이며 이는 결국 호텔 신규 건립을 막는 규제 때문”이라면서 “특정 기업 밀어주기 같은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을 제대로 연결시키려면 위기감을 가지고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최 원장을 비롯한 세션1의 주제발표자들은 국내 기업가정신의 현재 수준을 대체적으로 중간 정도로 평가했다. 최 원장은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한국은 C학점”이라며 “낙제는 아니지만 탁월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성식 경남과학기술대 벤처경영학과 교수는 창업 현황과 관련해 “지난해 우리나라의 창업활동은 양적 측면에서는 위축되고 질적 측면에서는 다소 개선됐다”며 “경제 전반에 여성의 경제적 활동을 확산하고 우수 인력을 창업으로 유도하는 사내 기업가정신 문화조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