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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회장 1주기] (하)대북사업 순항할까

금강산관광 다시활기… 남북관계-대북지불금 변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을 때만해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파행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선친인 정주영 명예회장과 함께 초창기부터 대북사업을 이끌어 와 북측의 신임이 두터웠던 정 회장의 빈 자리를 메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우려와는 달리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전에 없이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금강산에는 연일 관광객이 몰려들어 지난 7월에는 월 기준으로 최대 인파가 찾았고 개성공단 사업도 지난 6월말 시범단지가 완공되는 등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북사업에 1조5천억원을 퍼부었고 작년말 현재 누적적자가 3천438억원에 달하지만 일각에서는 조만간 흑자를 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돈 먹는 사업'에서 `돈 버는 사업'으로 = 정몽헌 회장이 자살할 당시 금강산관광은 98년11월 시작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었다. 월 평균 관광객은 3천여명에 불과했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해 두 달이나 관광이 중단되기도 했다. 더욱이 해로관광 유지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 관광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적자가 쌓이는 모순된 수익구조가 계속되고 있었으며 대북송금 특검도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작년 9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시간도 절약되는 육로관광이 본격화되고 해로관광은 중단하면서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에만 8만5천여명이 금강산을 찾아 작년 동기(1만2천516명)의 6배가 넘더니 7월에는 관광 개시이래 월별 규모로는 최대인 3만2천여명이 금강산을 방문했다. 지난달 24일에는 누적 관광객이 70만명을 넘어섰는데 60만명에서 10만명이 늘어나는데 6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50만명에서 60만명까지는 14개월이 걸렸었다. 물론 7월부터 1박2일과 당일관광 등 요금이 저렴한 관광일정이 마련돼 관광객이 증가한 것에 비해 수익이 많지는 않지만 금강산관광 사업이 `돈먹는 사업'에서 `돈버는 사업'으로 바뀐 것만은 틀림없다. 현대아산은 평양 옥류관의 분점을 개설하고 특구내 도로를 아스팔트로 포장하는 한편 북측과 관광루트를 다양화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는 등 금강산관광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대북사업 미래는 = 정몽헌 회장의 자살 이후 이처럼 사업이 활기를 띠자 현대아산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몸을 던져 대북사업을 살렸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관광객이 급증한 것은 현대아산이 해로관광을 포기하고 육로관광에만 집중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정 회장의 죽음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것이다. 대북사업의 의미가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네티즌을 중심으로 지지여론이 확산됐고 정치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남북경협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대북송금 의혹사건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북측도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해 현대아산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변했다. 정 회장 사망 직후 일주일간 해로관광을 중단시켰던 북측은 관광을 재개하면서 "다시는 관광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이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금강산호텔과 관광안내원 등에 북측 인력을 투입해 남측 관광객들과 직접 대면하도록 하는 것도 북측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측도 정 회장의 자살 이후 책임을 느꼈는지 태도가 많이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현대아산이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내년 3월까지 북측에 지불키로 한 9억4천200만달러의 금강산관광 대가에 신경이 쓰인다. 현대아산은 지금까지 4억달러 남짓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이 사실상 지불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측이 어떤 태도를보이느냐가 현대아산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정 회장의 희생으로 대북사업이 여기까지 왔다"면서 "남아있는 사람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고 그만큼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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