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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 강자를 만들자] <하> 규제 풀어야 성장이 보인다

"헬스케어 시장이 성장동력"… 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길 터줘야

보험상품 연계 된 외국인 헬스케어 사업 발도 못떼

소형업체만 난립… 과도한 수수료·부실관리 부작용

의료 관광 사업 B2C서 B2B로 전환 시장 활성화를


국내 보험시장은 서서히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가구당 생명보험 가입률이 90%에 육박한다. 생명보험시장의 경우 1990년대 들어 급격히 팽창해 2003년 89%대로 올라섰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10여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소폭 감소하며 2012년에는 86.6%로 떨어졌다. 최근 몇 년간 신규 가입자가 급증했던 실손보험도 이미 3,000만명가량이 가입한 것으로 추산돼 추가 가입 여력이 많지 않다.

보험사들이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의 씨앗을 발굴해 미리미리 육성에 나서지 않는다면 오늘날 은행과 같은 처지를 면하기 어렵다. 은행권은 예대마진에 의존한 천수답 경영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지난해 순이익은 2011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은행의 고전은 보험회사들에 남의 일이 아니다. 새로운 수익원 없이 보험료 인상에만 매달릴 경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신성장의 돌파구로 꼽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은 헬스케어 분야다. 특히 보험상품과 연계해 해외환자를 유치하는 사업 모델은 보험사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 및 관광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헬스케어 시장은 쑥쑥 크는데…발도 못 뗀 보험업계=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외국인 환자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2년에는 12만9,464명으로 전년 대비 30.4% 증가했으며 2013년에는 32.5% 증가한 21만1,218명이 진료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외국인 환자 수 30만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한 대형보험사는 이 같은 외국인 상대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지난해 내부적으로 해외환자 유치 사업을 적극 검토했다.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해 직접 관련 상품을 해외에서 팔거나 해외보험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한국으로 유치하면 보험사와 국내 연관 산업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결국 해당 회사는 검토단계에서 사업을 접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보험사들이 어떤 식으로든 환자를 국내 의료기관에 연결하는 행위를 불법 알선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신사업을 추진하다 규제 당국에 찍히느니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사업 진출에 미온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9년 정부가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자본금 1억원 이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한 곳이면 누구나 해외환자 유치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단, 보험회사와 보험설계사 등만 제외됐다. 민영보험사가 외국인 대상으로 의료보험상품을 팔고 이 환자들을 특정 의료기관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의료 민영화로 가는 길이라는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대형 보험사의 진입이 제한되면서 소규모 업체들이 해외환자 알선을 도맡아 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만 수십개의 알선업체가 영업하고 있다는 게 한 대형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본력이 약하고 사업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가 난립하면서 과도한 수수료를 병원 측에 요구하거나 사후관리가 부실해 외국인 의료 관광객들의 불만이 생기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해외보험사에 대한 규제가 없어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AIG·MSH차이나·시그나 등 외국의 대형 보험사들은 국내 병원들과 협약을 체결해 자사 보험에 가입한 환자를 알선하고 있다.

◇해외환자 유치 판 키우려면 규제 풀어야=한국의 의료관광이 이제 시작단계인 데 반해 태국·싱가포르 등은 각각 연간 220만명과 73만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며 앞서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도 정부 주도로 건강보험-의료서비스-의료기기 수출 패키지를 개발하고 정부 간 협상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리도 이제 의료관광의 규모와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 금융산업의 신사업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보험사의 의료 관광객 유치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신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당국이 규제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제는 B2C에서 B2B로 해외환자 유치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국내 보험사들이 중국·동남아 등에서 일하는 수많은 주재원 등이 가입한 글로벌 보험사들과 협약을 맺는 이른바 '크로스보더' 계약 형태로 의료관광 시장에 진출하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다. 예컨대 중국에 근무하는 미국 자동차 회사의 직원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그 직원이 가입한 미국 보험사와 한국의 보험사 간 업무체결을 통해 그를 한국의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 국민건강보험을 근간으로 하는 의료시스템 훼손을 우려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공적 의료보험 체계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되 해외환자에 국한해 일부 규제를 풀어주는 솔로몬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 인력과 부족한 관광 수입, 그리고 보험업의 신성장동력이 맞물릴 수 있도록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식의 규제는 서비스업 활성화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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