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내년 경기회복 속도도 지난 1월 중국ㆍ인도에 이어 가장 가파를 것이라는 전망에서 브라질ㆍ인도네시아 등에도 뒤처질 정도로 후퇴했다. 21일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수정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5%로 1월 전망치 4.2%에서 2.7%포인트나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은 G20 국가 중 가장 큰 폭이다. 또 IMF가 예측한 세계 경제성장률 1.9%보다 0.4%포인트 낮고 G20 평균 성장률 2.0%보다 0.5%포인트 낮은 수치다. 다만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에 대해서는 지난 1월 예상했던 -4%를 유지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G3(미국ㆍ유럽ㆍ일본) 경제의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미국이 내년에 0%, 유로가 -0.4%, 영국이 -0.4%, 독일이 -1.0%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0.5%), 프랑스(0.4%) 등도 소폭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신흥국들도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제조업 수출이 급감하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경제의 허파인 중국과 인도의 경우도 내년에 각각 7.5%, 5.6%로 지난해와 1월 전망치에 비해 하락했지만 꾸준한 내수 증가세로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인 아시아신흥공업국(NIEs)인 홍콩(0.5%), 싱가포르(-0.1%), 대만(0.0%) 등도 G3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내년 성장률이 대폭 하향 조정됐다. IMF의 이 같은 전망은 내년 한국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V’자형 전망에서 각각 완만한 회복이나 침체 장기화를 점치는 ‘U’자형이나 ‘L’자형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IMF는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을 올해 1.7%, 내년 3.0%로, 경상수지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올해는 2.9%, 내년에는 3.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IMF는 “금융시장 정상화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며 금융불안과 실물침체 간의 악순환 가능성, 기업ㆍ가계 부도 위험, 주택경기 추가침체나 디플레이션 가능성 등 하방위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성장률 전망 수정 이유를 밝혔다. 또 선진국 금융시장의 경우 올해 하반기까지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렵고 민간여신 감소세가 오는 2010년까지 어려울 것이며 신흥국은 대외차입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날 IMF의 내년 성장률 하향에도 잠재성장률(4% 중반) 등 자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내년 성장률을 추경효과(0.7%포인트)를 포함해 4%로 보고 있다”며 “빠른 속도로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만큼 성장률 전망을 수정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IMF의 경제전망치가 지나치게 자주 수정이 되고 OECD(4.1%), 한국은행(3.5%)과 큰 차이를 보이는 등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OECD는 내년도 내수진작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 IMF는 세계경제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