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로 고민하는 시중은행들이 수익보전 방편으로 소호(개인사업자)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올 한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4대 은행의 소호대출 순증규모만도 총 5조원을 훌쩍 웃돌 정도다. 자금운용의 양대 축인 가계와 기업이 불황과 대출포화 등으로 막히면서 은행들이 넘치는 돈다발을 자영업자ㆍ소상공인 등에게 풀고 있다.
하지만 고객확보를 위한 금리인하 경쟁마저 빚어지면서 과열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소호대출의 연체율이 급등 추세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의 이 같은 모습이 '부실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4대 은행의 소호대출 순증규모는 총 5조6,48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순증규모(4조8,781억원)보다 7,703억원 많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1조9,174억원 늘어 중기대출에서 차지하는 소호대출 비중이 50%에 육박했다. 하나ㆍ우리은행도 각각 1조6,592억원, 1조5,045억원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5,673억원 순증을 기록했다.
소호대출 급증은 정부의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 서비스 강화 요구와 갈수록 먹거리가 군색해지고 있는 은행들의 자구적 대응 등이 맞물린 결과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악화로 산업자금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은행 자금이 소호대출로 몰리는 유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출혈경쟁 조짐이 나타나면서 부실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0.89%였던 은행권의 소호대출 연체율은 5월 말 1.15%로 수직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 지점장들이 전결을 활용해 3% 중반까지 금리를 후려치면서 은행 갈아타기에 나서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소호대출로 쏠리다 보니 대출이 부실해질 가능성도 커지고 한편으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텃밭은 갈수록 잠식돼 어려움이 가중되는 형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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