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1승1패를 기록한 장쉬는 일본으로 돌아간 후 위빈의 기보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결승5번기가 시작되기 전에도 몇판 복기를 해본 일이 있지만 이번의 연구는 그때와는 달랐다. 위빈이 자기보다 강하다는 전제로 그의 착상을 깊이 묵상해 나갔다.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위빈의 강미가 새삼 느껴졌다. 특히 밸런스의 감각은 당대 일류인 듯했다. 스승 린하이펑은 딱 한 마디만 코치해 주었다. “너 자신의 바둑을 두도록 해.” 드디어 장쉬는 제3국을 두기 위해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에는 아내 고바야시 이즈미와 동행이었다. 장쉬의 흑번. 흑백은 제1국을 시작할 때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흑3은 장쉬가 늘 보여주는 취향. 사이버오로 해설실에는 조대현9단이 한창규리포터와 자리를 잡았다. 프로기사회장인 조대현은 한국판 우주류로 소문난 사람. 흑9에 10분. “아마 잇지는 않을 겁니다.”(조대현) 잇는다는 것은 참고도1의 흑1을 말함이다. 이렇게 두어서 흑이 나쁠 이유는 없지만 투지에 불타는 장쉬가 이런 평이한 포석을 하지는 않으리라는 얘기였다. 장쉬는 과연 흑9로 비틀었다. 흑15에 다시 10분. “틀림없이 협공을 할 겁니다.”(조대현) “그림을 좀 만들어 봐요.”(한창규) 조대현9단이 만든 것은 참고도2의 흑1 이하 17이었는데 장쉬는 흑1이 아닌 3선에 두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