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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같은 가짜가 판치는 세상
입력2003-01-14 00:00:00
수정
2003.01.14 00:00:00
www.emailcafe.net에 연재되는 산업부 고진갑기자의 베이징통신을 sedaily.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이번기사는 2002년 10월 21일 작성된 기사입니다.
니하오마.
베이징 왕초보 런 까오 진 찌아 입니다.
이곳에 온지 벌써 두달이 지났군요. 짧은 기간이지만 나름대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이같은 지식을 저만이 독식하기에는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제가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점들을 알리려고 합니다.
막상 이렇게 시작하려고 하니 두려움이 앞섭니다. 제가 통신원 노릇을 제대로 할지, 또 저의 주장이 여러분들에게 얼마만큼의 호감을 불러일으킬 지, 제가 보내는 글에 저의 편견이 얼마나 내포될지 등에 대한 걱정이 글을 쉽게 쓰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앞으로 보내는 글들은 경제현황에 관한 딱딱한 글을 가급적 배제시키고 제가 생활하면서 느낀점들이 될 것입니다.
읽으시면서 제가 부족한 부문이 있거나 여러분들이 알고 싶은 점이 있으면 의견을 적극 개진해 주십시요. 시간이 나는대로 자주 소식전하겠습니다.
어제(18일)는 가을 운동회가 있어 수업이 없었습니다. 제가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넘길리 만무하지요. 여러분들이 다 알고 있듯 쌍둥이와 막내를 포함 도합 3명의 아이를 거느린 가장으로서 대낮에 마누라와 단둘이 보낼 시간이 생기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래서 오랜만에 마누라 손잡고 외출 했지요.---애들은 모두 유치원보내고--저도 그랬지만 마누라의 모습은 하늘을 날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마누라랑 한참동안 갈 곳을 실랑이하다가 간 곳이 바로 실크시장으로 유명한 스우쉐이스창(秀水市場)입니다.
실크시장이라고 해 실크만 파는 곳으로 알았던 저의 생각은 처음부터 빗나갔습니다. 비단으로 만든 옷들은 얼마되지 않고(사실상 거의 없음) 버버리, 보스, 입 셍 로랑, 엘르, 나이키 등 세계 유명 브랜드의 옷과 가방, 시계 등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제품들은 모두 가짜였고요.
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 제품들의 디자인이나 바느질 등이 너무나도 섬세했다는 점입니다. 얼른 보아서는 진짜와 진배없을 정도였던 거죠. 서울 이태원에도 이와 유사한 시장이 있지만 제 눈에는 이곳에서 파는 제품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품질을 떠나 가격면에서도 이태원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러다간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태원 `짜가` 시장도 중국으로 넘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생기네요.
물론 이곳에서 상인들이 부르는 가격을 다주면 바보지요. 바가지를 옴빡 쓰는 거니까요. 이곳에서 물건을 살 기회가 있다면 부르는 가격의 3분의 1정도만 줘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저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상인이 280위안(한국돈으로 4만5,000원상당)을 부르길래 20분동안 실랑이를 벌여 5분의 1가격인 60원에 구입했습니다. 미안하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바가지 쓰고 나오는 한국인이 되기 싫어 무작정 가격을 후리친것이지요.
물론 저도 바가지를 쓴 것인지 모르지만요.--사실 이곳 상인들은 한국사람이 오는 것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서구사람들과는 달리 한국사람들이 가격흥정을 너무 잘하기 때문이랍니다---
공개적으로 `짜가`를 파는 이 시장은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가짜가 판치는 시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찾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매일 쓰는 돈과 마시는 물까지 가짜가 많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이곳에 온지 얼마 안돼 가졌던 가장 큰 의문점 가운데 하나는 상점에서 돈을 받을 때 마다 진짜인지의 여부를 가리는데 있었습니다. 이곳 화폐의 가장 큰 단위가 100위안(우리돈 1만6,000원)입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큰 돈이 아닌데 돈의 진위여부를 가리느냐 시간을 끌고 있는 모습이 한심했던 거지요.
하지만 이같은 의문은 얼마 안돼 쉽게 풀렸습니다. 9월초 제가 진짜 왕초보 베이징런일때의 얘깁니다.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갔다가 음료수를 사기 위해 100위안을 줬는데 거스름 돈이 없다면서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다른 아줌마에게서 가져 온돈(거스롬돈 88원--50원짜리 1장 포함)을 거슬러 받았습니다. 이 돈 가운데 50원짜리 하나는 가짜였습니다.
물론 이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안것은 그날 저녁 차오시(超市-수퍼마켓)에 들렸다가 `왕쪽`을 팔린 후였지만요. 눈뜨고 완전히 당한거죠.--고진갑 북경가서 완전히 쪽팔렸다--- 사실 이 때문에 몇일을 잠을 못잤습니다. 이국땅에서 완전히 바보된 느낌이 들었고, 이렇게 쉽게 당한 저 자신이 미웠기 때문입니다.
생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에 배달되는 물은 물론 심지어 백화점에서 파는 생수까지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그냥 수도물을 먹게 됩니다. ---참고로 이곳 물은 석회질이 많기 때문에 생수를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은 생수도 끓여 마시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중국에 가짜없는 세상,서로 믿고 사는 세상"이 빨리 오길 기원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음글 예고==중국 농산물 품질은 어떨까요.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듯 저질의 농산물일까요, 아니면 양질의 상품일까요--이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봅시다.
<고진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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