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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러브레터'

일본 이와지 지 감독의 「러브레터」는 이런 사랑이라는 모순덩어리를 운명의 심판대에 내세운다. 한 남자의 죽음 뒤에 살아남은 두 여자들이 깨달아가는 사랑의 의미를 현재와 과거를 교직하며 차분하게 되짚어간다. 산 자가 죽은 자에 대한 사랑을 떨쳐버리지 못해 망자에게 보낸 한통의 「러브레터」로 시작된 이 영화는 산 사람의 죽은 사람 추억 따라가기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한 여인에게는 회한으로 남기도 하고, 또 다른 여인에게는 나중에야 깨닫게 되는 소중한 추억이 되기도 한다.애인이었던 이츠키가 산행중 사고로 죽은지 2년이 지난 추모식. 이츠키를 잊지 못하는 히로코(나카야마 미호)는 이츠키의 집에서 그의 중학교 졸업앨범에 나와 있는 주소록을 보고 그 집이 이미 예전에 국도를 내면서 철거가 된 것을 알면서도 편지를 보낸다. 「자기 잘 있어? 난 잘 지내…」 그리고 며칠 뒤 히로코는 예기치 못한 답장을 받게 된다. 히로코가 본 주소는 연인 이츠키의 집이 아니라 중학시절 당시 동명이인이었던 여학생의 집이었고 지금은 성인이 된 여자 이츠키(나카야마 미호 1인 2역)가 답장을 보낸 것. 히로코는 이츠키와 편지를 주고 받지만 그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츠키는 히로코와의 편지왕래를 통해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리기 시작한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었던 유쾌하지 못한 기억에서 시작된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점차 아쉽고 소중한 추억에 대한 진한 그리움으로 변해간다. 히로코는 이츠키가 살아 있을때 그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고 자신에게 한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히로코는 점차 이츠키가 진정 사랑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이츠키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히로코는 이츠키가 죽어간 순백의 벌판에서 『이츠키상 오겡키데스카? 와따시와 겡키데스』를 수없이 부르면서 사랑을 놓아준다. 그러나 이츠키는 도서대여카드에 쓰인 이름(소년 이츠키는 소녀 이츠키와 함께 도서부장을 하면서 학생들이 빌리지 않는 도서대여카드의 첫 대여자로 「후지이 이츠키」를 쓴다. 그 책이 수십권에 달한다)의 뜻을 마지막 순간에 아는가 하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대여카드 뒷면에 그려진 자신의 초상화를 보면서 미처 깨닫지 못한 사랑에 가슴 시려한다. 또한 이츠키의 가슴시린 사랑을 표현한 장면이 나오는데 그중의 한 대목. 카메라를 들고 학교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이전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하던 중 알게된 이츠키의 2년전 등반사망. 이때 영화적 처리는 이츠키가 들고 있는 카메라가 검은 벽을 스쳐 장면전환한다. 희망없는 추억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하는 재미와 드라마가 있다. 처음엔 알 수 없는 두 연인의 사랑의 회상과 죽은 남자의 과거, 풋풋한 사랑의 아련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화면에 펼쳐진다. 물론 두 여자의 알수 없는 이끌림에 의한 편지보내기가 또다른 재미를 준다. 작은 호기심에서 그 남자의 회상장면이 하나씩 살아나고, 산 자와 죽은 자, 잃어버린 모든 것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다. 20일 개봉. 박연우기자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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