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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현대제철산업 진입 관련 공발심… 찬반논쟁 요지
입력1996-11-15 00:00:00
수정
1996.11.15 00:00:00
15일 상오 10시 대한상의에서 열리는 공업발전심의회에서는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사업 신규 진입이 우리 경제의 현실에 비춰 타당한지를 둘러싸고 팽팽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급과잉을 우려해 신규진입 허용에 반대하는 김주한 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과 철강산업의 경쟁체제 도입을 주장, 진입에 찬성하는 곽만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각각 찬반론을 대표해 논지를 정리할 예정이다. 미리 입수한 발표내용을 요약한다.<편집자주>◎찬성/곽만순 한국경제연 연구위원/“독과점체제 개선” 효률 증대/수요 지속증가… 경쟁력집중 비판은 기우
현대그룹이 일관제철사업에 진입할 경우 현재의 독과점적 공급체제가 경쟁체제로 전환되고 이는 기존 공급업체의 구조조정을 촉진시켜 국내 철강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철강부문의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는 산업연구원의 수요전망은 잘못된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2000년의 국내 철강수요가 3천42만톤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으나 이는 철강협회가 지난 7월 발표한 올해 전망치인 4천36만톤보다 낮은 것이다.
국내 철강재 내수소비는 오는 2000년까지 연평균 6.84%씩 증가해 4천6백63만톤에 도달하며 2005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이 5.33%로 둔화되어 2005년 철강수요는 6천47만톤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일관제철사업 진출은 독점해소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시장개방 확대에 따라 철강산업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나 국내시장에서는 포항제철 및 기타 가공업체들이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철강제품의 상당부분(매출액기준 73%)이 가격규제를 받고 있으며 규격및 품질에 따른 가격차별 등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형성하고 있다.
또 포철은 열연제품과 이를 원료로 냉연제품 등 후공정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2차 가공제품은 후판과 냉연 등은 경쟁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경쟁의 대등한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2차 가공제조업을 포함한 제2의 기업이 열연공정에 신규 진입함으로써 열연제품을 포함한 기초소재의 경쟁적 공급체제가 정착돼야 한다.
현대그룹이 일관제철 분야에 진입할 경우 경제력 집중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현재 알려진 현대그룹의 신규 진입규모는 6백만톤 가량이며 이를 판재류의 매출원가로 환산하면 1조8천억∼2조원 규모다. 지난해 현대그룹의 총매출액이 59조원이므로 일관제철사업 신규 진입에 따른 매출 증가분은 3.1%로 미약한 수준이다.
또 현대는 현재 계열사인 인천제철을 통해 전기로 생산제체를 갖추고 있어 일관제철소 건설을 통한 판재류 시장진입이 비관련 다각화라고 볼 수도 없다. 다만 현대가 신규진입을 통해 수직계열화를 형성하게 되고 이것이 계열사와 비계열사에 대한 공급가격차별 등 불공정 경쟁을 야기시킬 것인지 여부가 문제로 남는다. 하지만 이같은 가격차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현대그룹이 일관제철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나 생산효율성 면에서 독점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포철이 판재류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고 생산효율성 면에서도 앞서고 있기 때문에 현대가 판재류 시장에서 가격차별을 통해 불공정행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로 방식의 제철소 건설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는데 고로는 설비투자에 의한 감가상각 비중이 높은 반면 부가가치 비율이 높은 장점이 있다.<정리=한상복>
◎반대/김주한 산업연 연구위원/“공급과잉” 국가경쟁력 흔들/5조이상 자금투입·환경오염 등 문제로
철강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어서 설비 효율성여부에 따라 경쟁력이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대규모 철강설비는 수요변화에 대한 공급의 탄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공급과잉이 지속될 경우 철강산업뿐 아니라 관련산업의 경쟁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선진국 경험에 비춰볼 때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철강소비 증가는 급격히 둔화되어 포화점에 이른다. 일본의 경우 1인당 802㎏, 미국 706㎏, 독일 679㎏에서 각각 포화점을 기록했는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미 1인당 830㎏으로 선진국 최고수준을 넘어섰다.
정부의 장기 수요전망은 다소 보수적이지만 현대그룹이 본격 생산단계에 들어갈 2005년께는 이미 국내 철강수요가 거의 정체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볼때 현대의 설비중 상당부분이 과잉설비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경우 철강산업이 성숙기에 이른 70년대 중후반에 신증설을 추진, 지금까지 과잉설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대외시장을 놓고봐도 최근 선진국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한편 후발개도국은 대폭적인 설비확충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주력 수출시장인 동남아, 중국, 일본 등에서의 경쟁격화로 장기적인 수출증대는 용이하지 않을 전망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고로설비는 경쟁력 약화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전기로 설비는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고로설비 증설을 고려하는 국가는 중국, 인도, 대만정도다. 장기적으로 용융환원제철법, 스트립캐스팅 등 혁신 제조기술이 개발되면서 상용화될 경우 기존 철강제조기술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일관제철소 건설에 약 5조원이상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같이 많은 자원을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는 철강산업에 투자하는 게 국가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지 검토해야 한다. 흔히 기업들은 보다 안정적 경영이 가능한 전통산업에의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늘어나는 철강수요에 대해 기존 업체의 점진적인 투자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환경문제를 볼때 대규모 일관제철소는 상대적으로 많은 공해물질을 배출, 국제적으로 이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또 신규제철소 건설은 대규모 전문인력 확보를 요구해 철강업계의 전반적인 인건비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철강산업은 지난 수년간의 호황으로 높은 임금상승율을 기록, 이미 임금수준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연산 6백만톤규모의 제철소 건설에 적어도 5천명이상의 인력이 소요되므로 대규모 인력이동이 불가피하며, 업계 전체로 인건비 상승에 따른 장기적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이밖에 세계 대부분 철강설비들의 감가상각기간이 완료된 단계인데 이제 새로 건설해서는 높은 금융비용과 감가상각비용의 부담으로 국제경쟁력 확보가 쉽지않다.<정리=이세정>
◎안광구 통산차관 일문일답/“지자체 유치경쟁 과열… 입장 조속정리 필요”
안광구 통상산업부차관은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소 건설부지를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경쟁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부의 입장을 하루빨리 마련하기 위해 공업발전심의회를 긴급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14일 안차관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내용.
현대그룹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는데 공업발전심의회에 안건을 상정하게 된 배경은.
▲특정기업의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는게 아니고 제철산업에 대해 일반론적 수급동향 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제철산업 신규진입문제가 현안인 만큼 진입의 기본단위와 향후 수요전망 등을 감안해 신규투자의 타당성을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갑자기 회의를 소집하게 된 이유는.
▲국정감사, 장관의 해외출장 등으로 통산부 일정이 빡빡했기 때문이다. 또 제철소 부지를 둘러싸고 지역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어 정부 입장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발심의 긴급개최가 통산부 자체 결정인가.
▲그렇다. 다른 곳에서 지시받은 적은 분명히 없다.
삼성그룹에 승용차시장 진출을 허용한 것과 형평을 잃은 것 아닌가.
▲자동차와 철강은 성격이 다르다. 자동차 신규진입 허용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이 있다. 반면 철강은 산업의 출발점인 기초소재로 수요자가 한정되어 있는데다 대규모 투자이기 때문에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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