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영혼을 팔아서는 안 됩니다. 재정 상태를 감안해 '무조건 베풀고 보자'는 식으로 복지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는 얘기지요. 국가부도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배운 처절한 교훈입니다." 그리스 제1야당으로 중도우파 성향인 신민주당(Nea Demokratia)의 안드레아스 리쿠레조스(54ㆍ사진) 사무총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지도자는 포퓰리즘 정책이 중구난방식으로 흘러 나올 때에는 국민들이 듣기 싫어하는 것도 말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솔직하게 알리는 게 지도자의 책무이자 소임"이라고 말했다. 싱그루(Syngrou) 거리에 있는 신민주당 당사에서 리쿠레조스 사무총장을 만나 그리스 포퓰리즘의 실체가 무엇이고 그리스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들어봤다. 그는 총리ㆍ국회의원 등 그리스 국가 지도자를 강하게 질타했다. 리쿠레조스 사무총장은 "현 집권당인 사회당(Pasok)과 신민주당은 번갈아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무책임하게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면서 표심을 자극했다"면서 "포퓰리즘이 국가재정을 약화시킨다는 단순한 사실을 망각했고 우리는 즐거운 파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착각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인기영합적인 복지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규모와 부채가 순식간에 불어난다는 점"이라며 "국영기업과 공공기관이 방만해지면서 정부 체제가 공산주의 시스템으로 변질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당으로서 집권당인 사회당이 포퓰리즘을 확대 재생산할 때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긴축 노력을 압박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도 인정했다. 리쿠레조스 사무총장은 "정당과 정치인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포퓰리즘 정책이 국가재정과 예산에 미치는 영향을 국민들에게 자세하게 알려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한 재정긴축 과정에서 여당과 야당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리쿠레조스 사무총장은 "그리스가 비상사태에 놓인 만큼 정부의 부채감소 노력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세수는 오히려 20% 이상 줄었다"면서 "정부가 연금과 월급을 빠른 속도로 줄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벼랑 끝에 내몰린 그리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법인세 감세를 통한 민영기업 활성화가 중요한데도 정부는 재정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익의 45%를 세금으로 내고 있는데 이를 15%까지 내려야 한다. 감세를 통해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에 대해 "절대 유로존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며 "유로존에 남아 있어야지 강력한 화폐를 사용할 수 있고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해외투자 여건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