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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시즌 끝자락... 거시지표 주시
입력2003-07-27 00:00:00
수정
2003.07.27 00:00:00
박연우 기자
자신감(confidence)인가, 자만심(complacency)인가. 주가 고평가에 대한 회의감이 만연한데도 뉴욕 주가는 느리지만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시중에 돈은 많이 나와 있고, 이 돈이 갈 곳이 특별히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증권시장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좋아진다는 기대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 증시는 3월 저점 이래로 S&P 500 지수 기준으로 25% 상승했다. 지난 1ㆍ4분기와 2ㆍ4분기의 상장기업 수익이 전년동기대비 10%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주가는 과열현상을 빚고 있다. 주가수익률(PER) 개념을 도입할 경우 2000년 3월 주가 정점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있다. 한마디로 블루칩 지수의 주가 거품은 여전히 높은데도 많은 투자자들이 경기 상승을 이유로 주식시장에 몰리고 있다.
현재 뉴욕 주가를 설명하는 길은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보다는 유동성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은행간 단기금리가 1%로 떨어져 머니마켓펀드(MMF)에 잠겨 있는 돈이 수익을 찾아 유가증권으로 옮아가면서 발생한 것이다. 먼저 채권시장을 찾아 미국 국채(TB)에 거품을 형성하고, 그 거품이 한달 사이에 꺼지면서 갈 곳을 찾지 못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에 엉켜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 투자전략가들은 악재를 무시하고, 조그마한 증거만 나타나면 호재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최근의 뉴욕증시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지난 주말인 26일이 그 예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미 상무부는 6월 내구재 주문량이 전월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발표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1%보다 높은 수치다. 부동산협회가 발표한 6월 신규주택 판매 건수도 4.7% 증가, 기대치를 넘어섰다. 이 두가지 지표를 월가 투자자들이 부풀려 해석했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활황이고, 기업 투자가 살아난다고 해석한 것이다. 두 지수가 월가의 회의적 견해를 누르고, 낙관론에 부채질했고, 다우존스지수는 172 포인트(1.9%), 나스닥 지수는 29 포인트(1.7%) 상승했다.
지난 주 5영업일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1%, 나스닥 지수는 1.3%, S&P 500 지수는 0.5% 상승했는데, 초반 4일동안 조정기를 거치는듯 싶더니 주말 하루만에 상승세로 반전시켰다. 월가의 황소가 여전히 어슬렁거리며 먹을 것을 찾아 헤메고 있다는 뜻이다. 주식 가치가 높다든지, 경기 회복 속도보다 주가가 너무 상승했다든지 하는 회의론은 수익을 찾아 헤메는 유동성의 대세에 떠밀려 있는 것이다.
이번주 뉴욕 증시는 2ㆍ4분기 어닝시즌(earning season)의 끝자락에 서 있다. 지난 두주간에 주요 상장기업의 3분의2 가량이 분기 수익을 발표했고, 나머지 기업들이 이번주에 부분적으로 수익을 공개한다. 주요기업으로는
▲프록터 앤드 갬블(P&G)
▲듀퐁
▲맥도널드
▲BMC 소프트웨어
▲켈로그
▲힐튼 호텔
▲프로비디언 파이낸셜
▲스프린트
▲타이코
▲버라이젼
▲CVS
▲엑손 모빌
▲사라리 등이다.
이번 주에는 주요 거시지표들이 발표되는데, 이를 통해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컨퍼런스보드와 미시건대가 발표하는 7월 소비자 심리지수,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7월 실업률 등이 발표된다. 2ㆍ4분기 GDP 성장률은 1ㆍ4분기의 1.4%와 비슷한 1.5%로 예상되는데, 관심을 두어야 할 대목은 투자부분이 2ㆍ4분기에 살아났는지를 파악하는 것. 7월 실업률은 6월의 6.4%보다 0.1% 포인트 하락한 6.3%로 예상되지만, 노동시장의 취약성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갈 것으로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하고 있다. 이번 주가 상승이 힘을 더 받을지 여부는 노동시장에 달려 있다. 노동시장이 개선되는지 여부가 경기 회복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주간단위 신규실업보험 청구건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7월 실업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대로 실업률이 감소하고, 일자리가 새로 창출된 것으로 나타날 경우 거시 경제를 보는 눈이 확 달라진다.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구체적인 증거를 확인하고, 주가 상승 여력을 갖게 되는 것.
하지만 제조업 부문의 취약성이 개선되지 않고, 기업 부문의 과잉 설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실업률 하락은 계절적 일시적인 요인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단기적 관점의 주가 상승에는 힘을 받겠지만, 장기적 관점의 주가 상승은 추가적으로 거시 지표들을 관찰해야 할 것이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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