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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하는 가을] 사색의 길로 이끄는 ‘두마리 개’

올 가을, 두마리의 개들이 우리를 잔잔한 사색의 길로 이끌고 있다. 검정개 블래키와 사냥개 비글이다. 최근 명진출판사과 더난출판사는 `검정개 블래키의 우울증 탈출기`와 `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를 나란히 출간했다. 모두 우리의 삶을 조용히 뒤돌아 보게 하는 우화다. 블래키(Blackie)는 `우울증`을 상징하는 관념속의 개로 영국의 처칠이 자신을 괴롭힌 우울증을 그렇게 부른 데서 유래했다. 우울증을 누구나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동네 개에 비유한 것. 반면 비글(Beagle)은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여우나 토끼 사냥에 쓰이는 활동성이 강하고 목소리가 큰 개다. 우리가 아는 `스누피`와 세계적인 골퍼 박세리의 애완견으로 알려진 강아지가 바로 이 개다. `검정개 블래키…`는 현대인들의 삶 속에 짙게 투영돼 있는 우울증의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한 책이다. 일종의 우울증 자가진단서다. 저자인 호주출신 작사 베브 아시스베트는 `검정개(우울증)`를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으려 애쓰지 말고 자유롭게 들어 오도록 내버려 두라고 충고한다. 검정개를 잘 다룰 수 있다면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때 또 밖으로 내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증은 당뇨, 심장병에 이어 현대인들이 세번째로 잘 걸리는 병으로 알려졌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성인의 11%가 한번쯤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으며, 10%는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올 상반기중 `사랑의 전화 카운슬링 센터`에 정신건강 문제를 의뢰해 온 상담자중 41%가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생활의 각박함이 주는 과도한 스트레스, 벗어날 수 없는 생활고와 눈덩이처럼 커지는 빚, 오르지 않는 업무 성과와 무료하고 지루한 단조로운 삶 등이 그 이유다. 이 때문에 최근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자살도 우울증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검정개 블래키는 독자들에게 웃음과 삶에 대한 낙관적인 자세를 강조한다. 우울증에 걸린 현대인을 상징하는 블래키를 따라가다 보면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우울증에 대한 극복의지도 스스로 고양시킬 수 있다. 저자는 “모든 병이 그렇듯이 우울증도 초기에 치료하면 심각한 상태로 발전되지 않는다”며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자신감이 바로 우울증을 탈출할 수 있는 비법”이라고 말한다. `내 비글은 어디에…`는 현대인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감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이다. 비글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변호사 인털렉트는 말그대로 현대인의 `이성`을 상징한다. 항상 지적인 자신감에 차있고, 격식과 체면을 중시하고, 모든 일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돼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그러나 어느날 불시에 떠나게 된 여행에서 그는 `감성`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다. 책 속에 등장하는 비글 역시 `인튜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현대인들이 결여한 사랑과 직관, 희망과 용기를 상징한다. 하루하루 출퇴근을 반복하는 기계적인 삶 속에서 현대인은 이성과 논리, 분석적 사고에 길들여지기 쉽다. 험난한 경쟁 속에서 자기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직감의 힘이나 잠재력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그러면서도 강인하고 치밀한 겉모습과는 달리 현재의 삶 속에서 아무런 의미나 위안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 속의 변호사는 혼돈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길고 긴 여정 속에서 자신의 밑바닥에 잠자고 있는 감성을 다시 발견한다. 그리고는 데리고 가던 비글을 묶었던 줄을 풀어 자유롭게 한다. 변화무쌍한 현실에서 자신을 지켜주고 위안과 평화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벗이 바로 이 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상징이다. 미국의 텍사스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 로이 윌리암스는 이 책의 말미에서 “결론은 없다. 변호사와 비글의 여행을 자신의 상황과 삶에 대비시켜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교훈을 이미 깨달은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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