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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까지 과정’ 인터넷 일기로

“요즘 들어 자살한 사람이 많네. 역시 봄은 우울증과 자살의 계절인가. 장국영, 성형실패 비관녀 2명, 명예교수….” “이제 장소만 정하면 되는데 우리 아파트는 싫고 그렇다고 63빌딩에 가서 하는 건 진짜 말도 안 되는 거고.” 23일 서울 성북경찰서 사이버수사반의 한 형사는 이틀 전 서울 성북구 길음동 S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10대 여학생 3명 중 손모(19)양이 남긴 일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일기에는 손양 등이 동반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다. 이들의 동반자살은 손씨가 지난달 중순 한 인터넷 사이트 커뮤니티에 `같이 해주실 분 찾아요`라는 글을 남기면서 시작됐다. 평소 우울증세가 있었던 손양이 자살을 결심한 뒤 죽음의 길에 함께할 동반자를 찾았던 것. 이 글을 본 고모(19)씨가 이메일로 연락해와 첫 멤버가 규합됐다. 이들의 자살 계획은 메신저 대화를 통해서 점차 구체화했다. 두 사람은 `왜 죽으려 하는지, 어떤 시도를 해보았는지`에 대해 밤새도록 토론했다. 손씨는 일기에 “처음 뛰어내리려고 생각했던 장소에 갔더니 바닥 공간이 너무 넓어서 다른 곳을 찾기로 했다”고 사전답사 내용을 쓰기도 했다. 고씨 역시 죽기 한 달 전부터 유서를 쓰고 일본 소설 `상실의 시대` 여주인공 자살 장면을 연구했다. 이어 여고 1학년인 김모(17)양이 이달 초 인터넷에서 이들의 존재를 알아채고 모임에 가담했다. 마침내 21일 오후 자살 장소에 모인 3명은 1시간 동안 술을 마신 뒤 15층 옥상에서 꽃잎처럼 몸을 던졌다. 이들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 친구들의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자신들의 일기가 보관된 사이트의 ID와 패스워드를 남겼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인터넷에 남기고, 휴대폰으로 죽음을 통보한 신세대의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며 “자살 사이트 개설이 금지되면서 일반 동호회형태로 은밀하게 자살 관련 모임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수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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