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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했고 신동빈 롯데 회장을 후계자로 승인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신격호 총괄회장 직인이 찍힌 서명문서가 공개됐다. 아울러 지난달 27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신동빈 회장 등을 해임한 것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결정이라는 내용의 육성 녹음 파일도 나왔다.
공개된 서명 임명장과 육성 녹음은 그동안 신동주 전 부회장이나 다른 친족이 주장해온 것과 일치한다. 특히 육성 녹음에 나온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판단력이 흐려졌다"며 건강 문제를 집중 제기한 신동빈 회장 측은 수세에 몰리게 됐다.
31일 KBS를 통해 공개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육성 녹음을 보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자신의 뜻으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을 해임했으며 신동주 전 부회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녹음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은 "쓰쿠다가 무슨 일을 하고 있나"라고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물었고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사장을 맡고 있다"고 답하자 다시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되물었다. 이어 격앙된 목소리로 "아키오(신동빈 회장)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덧붙였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쓰쿠다 사장의 직위해제를 결정한 후 '열심히 하라'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다른데 가서도 거기서도 제대로 잘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녹음과 함께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의 임명장도 공개했다. 임명장에는 신격호 총괄회장 직인이 찍혀 있다.
녹음과 임명장에 대해 한국 롯데그룹은 즉각 "경영과 전혀 관련 없는 이들에 의해 차단된 가운데 녹음돼 의도가 의심스럽다" "상법상 기본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법적 효력도 없으며 진위 여부도 가려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녹음을 통해 공개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육성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들이 주장해온 내용과 일치한다.
이날 부친의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성북동의 신동주 전 부회장 자택을 찾은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후계자로 생각해왔다"며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에게 경영권을 탈취당한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신선호 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이다. 그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평소 최종 후계자로 신동주 전 부회장을 생각하고 있다"며 "형은 지난 1년의 일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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