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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애플의 첫 특허소송 공식협상이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불발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 협상을 계기로 양측의 물밑 협상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어서 극적 타결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틀 간의 특허소송 협상을 마쳤다. 그러나 양측이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상 결과를 통보 받지 못했다"며 "최 부회장은 협상을 끝내고 미국 현지법인을 방문한 뒤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사 최고경영진의 만남이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전망은 협상 전부터 예견됐었다. 전문가들은 1년 넘게 특허소송을 벌여온 삼성전자와 애플의 수장이 처음으로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마크 렘리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는 "통상 본안소송을 앞두고 재판부가 양측 수장이 만나도록 중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의 하나"라며 "첨예한 신경전을 벌인 두 회사가 단번에 타협안을 내놓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성 부회장과 신종균 무선사업부장도 지난 20일 출국에 앞서 "교차특허를 비롯한 다양한 협상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애플의 주장하는 디자인 특허 침해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해 협상이 원론적인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번 협상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은 예정대로 오는 7월 30일 미국 새너제이 지방법원에서 본안 소송에 돌입한다. 독일 등 다른 지역에서의 소송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협상 결과와는 별개로 양측 물밑 협상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최고경영진이 물꼬를 튼 만큼 다양한 협상창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특허소송에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향후 반도체ㆍ액정화면ㆍ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부품 공급을 놓고 양사의 협력관계는 지속될 전망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특허 로열티 지급을 둘러싸고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을 것으로 보이지만 양사 모두 협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보여 결국에는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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