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사진) GS그룹 회장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전사적인 '시나리오 경영'을 주문하고 나섰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둔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GS는 리스크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별도의 독립 부서를 새로 만들 계획이다.
허 회장은 18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3ㆍ4분기 임원모임에서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중기 전략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매주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한 반응속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수립된 전략은 과감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의 이날 발언은 최근 유럽발 경제위기로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가운데 임직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허 회장은 "금융과 실물, 선진경제권과 신흥경제권이 동시에 어려웠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누가 지금의 국면을 잘 극복해내는가에 따라 큰 운명이 갈릴 것이므로 긴장의 끈을 더 다잡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허 회장은 날로 더해가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리스크 대처시 타이밍을 놓치지 말 것 ▦리스크 관리를 전담하는 독립부서 필요 ▦전체 그림 속에서 이뤄지는 리스크 관리 등 세 가지를 당부했다. 그는 "리스크를 대처할 때 타이밍을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다"며 "과거의 사고와 관행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는 만큼 사고의 유연성을 발휘해 작은 위험 신호를 잡아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리스크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독립 부서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보와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3자의 입장에서 조언하고 평가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최고경영층이나 타 부문에서는 알지 못한 채 일선의 기능조직 내부에서 소리 없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전사적 리스크 관리 목표에 비춰 부문별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통합적으로 점검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이어 현장과의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경영진은 실행조직이 활기차게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구석구석을 부지런히 챙기면서 현장과의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 회장은 현장의 중요성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지난 4월 GS칼텍스와 GS건설이 참여하는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이어 6월 충남 부곡산업단지의 GS EPS 현장을 각각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주요 계열사의 연구시설과 생산판매 및 건설현장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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