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 관련법 규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실무적인 성격이 강한 규정을 금감원 시행세칙으로 일괄 이관한다. 양 기관이 각각 개정권을 갖고 있는 규정·시행세칙과 관련해 업무 분장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 관련법 규정 중 금감원 고유 업무에 해당하는 내용은 세칙으로 넘기기 위한 분류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에 재분류 검토 대상이 되는 규정과 시행세칙은 은행업 감독규정 및 시행세칙 등 총 22개다. 현재 규정 개정 권한은 금융위가, 세칙 개정 권한은 금감원이 각각 나눠 갖고 있다. 규정 중 일부가 세칙으로 넘어오면 그만큼 금감원의 업무 범위가 기존보다 넓어지게 된다.
우선 이관 대상은 금융회사가 금융위에 보고하는 사항 중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항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단순한 변동사항에 대해 금융위에 보고하도록 규정한 것이 많다"면서 "이런 보고 항목을 시행세칙으로 넘겨 금감원장 보고 사항으로 변경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각종 감독업무와 관련한 세부 기준 등 실무적인 성격이 강한 내용은 규정에서 시행세칙으로 재분류하게 된다. 또 금융회사 입장에서 양쪽 창구를 상대할 필요가 없는 경미한 사항을 일원화하는 차원에서 규정과 시행세칙을 재검토한다.
이 같은 역할분담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양 기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책과 같이 좀 더 큰 틀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금융위 실무 담당자들이 세세한 업무까지 도맡으면서 역량이 분산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부 기준 정립과 같이 금감원이 잘할 수 있는 업무는 금감원이 맡고 금융위는 금융위가 잘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 보고 사항 중 중요도가 떨어지는 세세한 사항까지 금융위에서 들여다보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이런 감독 실무 업무를 평소에 담당하는 금감원이 하게 될 경우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분리된 후 금융감독 관련 상당수 권한이 금융위로 넘어가면서 금감원의 업무는 축소돼왔다. 최근 입법 추세가 시행령 중 일부는 법령으로, 규정 중 상당수는 시행령으로 변경되면서 시행세칙 중 상당수 역시 규정으로 이관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맡고 있는 시행세칙 중 대부분이 보고 서식이나 계산 산식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이다.
관건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논의 과정에서 임 위원장이 의도한 대로 효율성 있게 업무가 재분장될지다. 앞으로 금융위 금융정책국과 금감원 금융감독총괄국은 은행업·보험업·금융투자업 등 권역별로 수요를 조사한 후 협의해 최종 결정하게 된다.
금감원에서는 그동안 축소돼왔던 권한과 업무를 이번 기회에 일정 부분 회복해 위상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 입장에서는 시행세칙으로 넘기면 넘길수록 기존의 권한이 축소되는 꼴이어서 분류 작업에 가급적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공산이 크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금융규제 개혁을 위해 관련 규제를 전수조사하면서 그 일환으로 규정과 세칙 개정이 이뤄지는 것이므로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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