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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구조 고도화 심화/정보,‘부의 근원’ 부상/21세기 유망직종
입력1997-01-06 00:00:00
수정
1997.01.06 00:00:00
이종환 기자
◎「컴」프로그래머·PD등 창의적 직종 미래사회 선도/노령화사회 진입·유연노동시간제 확산 여파/레저 등 시간소비형산업 신서비스형태 각광20세기가 저물어간다. 다가오는 21세기는 한 세기의 개막이라는 단순한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천년(Millennium)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천년간 인류가 쌓아올린 업적을 훌쩍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21세기. 이 세기에는 어떤 직업들이 각광 받을까. 미국과 일본의 주요연구소들이 내놓은 전망을 소개한다. 국내에서는 대우경제연구소의 자료를 참고했다.<편집자 주>
경제구조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직업의 생성과 소멸을 초래한다. 뿐만아니라 인기, 선호도에서도 종전과는 현격한 차이를 야기한다. 한국경제는 이미 공업화를 지나 서비스화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따라 방송PD, 컴퓨터 프로그래머, 디자이너등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직업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는 지난 60년∼70년대까지 관료, 법관, 은행원등이 선망의 직종으로 꼽혔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변화다.
그러면 21세기에는 과연 어떤 직종이 인기를 모으고 유망할 것인가.
유망직업은 성장이 기대되는 직업군이므로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노동수요와 노동공급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노동형태, 사회환경 및 직업관의 변화를 감안해야 함은 물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변화는 개별산업 혹은 산업군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도화와 산업전반에서 진행되는 광역화로 요약할 수 있다. 고도화는 기술집약적인 첨단산업과 자본집약적인 자본재 산업, 감성지향적인 문화산업의 상대적 급성장 현상을 일컫는다.
광역화는 전산업분야에서 이뤄지는 국제무역, 합작투자, 기술도입, 전략적 제휴 등 국제화 혹은 세계화의 진전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정보화현상을 의미한다. 지식집약적인 서비스활동에 의해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경제의 서비스화 또는 소프트화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21세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고도화와 광역화가 심화돼 하드 중심의 경제에서 소프트중심의 경제로 전환되고 부의 창출도 자원과 자본등의 물질에서 기술과 지식 및 창의력등의 정보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인력의 흡수가 유력시되는 산업은 기술집약화와 세계화가 상대적으로 빨리 진척될 것으로 보이는 전기·전자, 기계, 수송기기산업이 될 전망이다. 또 정보화를 바탕으로 소프트화와 서비스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통신, 레저와 생활문화 관련산업과 건강, 환경산업 같은 뉴서비스업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고도화, 정보화, 국제화, 서비스화란 산업구조 변화의 물결을 타는 직업이 유망하다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21세기의 특징적 현상은 노동력 공급의 변화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생산연령 인구의 증가세는 둔화하는 가운데 노령인구, 고학력인구가 급증할 전망이다. 여성들의 사회참여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학의 발달과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지난 80년 총인구의 3.8%에 그쳤던 65세이상의 노령인구는 2005년께는 6.5%대로 진입할 전망이다. 노령화사회로의 진전은 의료 및 건강관련 산업의 수요증가와 시간소비형 수요의 증가를 초래할게 분명하다. 따라서 노인들을 위한 식품, 건강관련제품, 의료, 실버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고 여가활용, 레저, 여행, 오락, 스포츠, 외식등 시간소비형 산업에 대한 요구도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정과 직장의 분리라는 노동방식에 대한 근본개념도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획기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다. 노동시간 역시 상황에 따라 재배치될 수 있는 유연노동시간제의 확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연히 작업분배제도, 파트타임제도, 시차근무제와 재택근무제의 채택이 쉬운 직업이 유망직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직업관의 변화도 눈여겨 볼 대목. 벌써 신세대들의 직업에 대한 개념은 「벌이」로서의 일보다는 「놀이」로서의 일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을 권리보다는 의무로, 삶의 목적이기보다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일을 선택하는 기준도 높은 보수나 성취욕구가 아니라 취미나 적성을 우선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따라서 21세기에는 근로자의 적성과 개성을 살려줄 수 있는 놀이로서의 성격이 강한 직업이 유망직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이종환>
◎신기덕 대우경제연 연구위원/“직업개념 노동에서 놀이로 근본 변화/정부주도 미래직종 연구·대비해야”
『21세기가 된다고 해서 모든 직업의 형식이나 내용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큰 변화가 올 것임은 틀림없습니다. 정부나 기업 그리고 개개인 모두에게 새로운 직업문화와 패턴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대우경제연구소 경영전략본부 신기덕 연구위원(41)은 21세기 신직종과 관련,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주먹구구식인 것같다』고 지적하고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이미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미래직종에 대한 연구 및 대비를 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연구위원으로부터 들어본 21세기의 유망직종과 이에대한 전망이다.
-현재 중·고등학교 자식을 둔 부모들이라면 자녀들을 위한 직업으로 판·검사나 대기업 샐러리맨 외에 다른 것들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요.
『지금도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면 자식들에게 법대나 상대 타령을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예체능계 교육을 시키면서 마치 고시공부처럼 극성을 부려서 탈이지요. 그만큼 사농공상의 봉건적 직업관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미래의 새로운 직업들이 창의성을 강조한다는 점을 망각하고 무엇이든지 강요와 반복적인 훈련으로 가능하다 보는게 문제입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자면 21세기의 새로운 직업문화에 대비하는 우리의 수준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일반 기업들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는 집단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체계적으로 나서서 전체적인 노동시장의 수급을 제대로 세워나가야 하겠지요. 직업훈련을 포함해서 교육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21세기를 향해 변화해야 합니다. 물론 매사에는 진짜 주체가 있듯이 각 개개인의 차원에서 창조적인 노동력을 갖춰나는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21세기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을 것입니다』
-21세기 유망직종을 생각하려면 어디서부터 따져보아야 할까요.
『수요와 공급 모두를 생각해야지요. 21세기에 유망한 산업이 유망한 직종을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는 것은 물어볼 것도 없습니다. 정보산업은 물론이고 해양부분 직업이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미래 유망산업을 따져서 나온 결론입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가정보건사등이 인기직종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마찬가지이지요. 여성·고령 노동자가 늘어나는 공급측면도 잘 생각해 보아야합니다』
-아무래도 직업에 대한 개념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정보화가 진척되면서 과거 대량생산 체제의 규격화된 노동에서 창의적이고 자발적이면서도 기존의 개념을 뒤바꾸는 유연한 노동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시대는 끝나고 직업이 하나의 「놀이」가 되는 그러한 시대가 온다는 얘기입니다. 일하는게 노는 것이고, 노는 것이 일하는 시대가 되면 노동시간이라는 개념 자체에 수정이 불가피하게 될 겁입니다』<이용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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