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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Joy] 한저옵서…하영봅서…쉬영갑서예 어서오세요 많이 보세요 쉬다 가세요 2006년은 ‘제주 방문의 해’ 겨울 땅끝 이국적 풍광 가득 제주도=글ㆍ사진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주상절리(柱狀節理)는 기둥 모양으로 생긴 암석의 파단면을 일컫는다. 파단면의 각진 바위 떼가 해안선을 이뤄 바다와 마주하며 장관을 연출한다. 겨울철에는 특유의 시린 물빛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서귀포 해수욕장 부근의 주상절리를 선상에서 본 모습. 관련기사 제주도 가볼만 한 곳 겨울 제주도는 두 가지 모습을 지닌 여인과 같다. 산과 들, 돌담 골목의 곡선은 넉넉하고 따스하지만 푸른 바닷물은 가슴을 저리게 할 만큼 시리고 차다. 그래서 겨울 제주도의 들과 바다에는 사람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낭만이 있다. 제주도의 요즘은 ‘육지 사람’들의 기준으로 치면 가을과 비슷한 날씨다. 아이들 키만한 억새가 뒤덮인 야트막한 산야는 황금빛 낙엽 색깔이고, 좀 더 깊은 숲속은 아직도 녹색을 발한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 다니는 것도 좋지만 한적한 제주도의 시골 길을 걸어보거나 자전거를 빌려 무작정 돌아다녀 보는 게 겨울철 제주도 여행의 제 맛이다. 둥글둥글한 산이며 독특한 구조의 전통 가옥이 지닌 곡선미가 색다른 정취를 준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돌담은 조상대대에 걸친 혹독한 노동의 산물이지만 손님을 막기는 커녕 오히려 반갑게 맞아주는 듯하다. 걷다 보면 돌담에 둘러싸인 버드나무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제주도만의 전통 장례 풍습의 흔적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조상 묘를 이장할 때 묘자리에 달걀과 무쇠조각을 묻고 버드나무를 심는다. 나쁜 귀신이 찾아와 “묘 주인은 어디로 갔냐”고 물으면 달걀은 “나는 눈과 귀가 없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하고 무쇠는 똑 부러지도록 단호하게 대답을 거절한다. 버드나무는 바람에 몸을 흔들며 이곳 저곳 엉뚱한 방향을 알려준다는 믿음이다. 그래선지 아직도 제주도에는 화장(火葬) 문화가 낯선 일이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산야의 넉넉함은 사라진다. 잉크색 바닷물이 차가운 바닷바람에 출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제주도의 물빛은 지중해의 물빛과 견주어도 손색 없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서귀포 해안 주상절리는 장관이다. 삼각형 또는 사각형으로 쪼개진 검은색 각진 바위 떼가 남색 바다에 잠겨 묵묵히 파도를 받아내는 모습은 제주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배 위에서는 간혹 해녀들이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뿌우 뿌우’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낚싯배를 타고 나가면 자연산 고급 어종이 손이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잡히기도 한다. 2006년은 정부가 정한 제주 방문의 해다. 올해 제주도 방문객이 처음으로 500만 명을 넘을 전망이지만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40만 명 수준이라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러나 비행거리 2시간 이내에 도쿄 베이징 상하이 텐진 오사카 타이페이 등 거대도시가 밀집한 점을 감안하면 잠재력은 무한하다. 제주도는 제주 방문의 해 슬로건을 ‘한저옵서, 하영봅서, 쉬영갑서예’로 정했다. ‘어서오세요, 많이 보시고 쉬다 가세요’라는 뜻이다. 입력시간 : 2005/11/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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