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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수·라면업체 공장 풀가동 "日에 최대한 우선 공급"

日, 방사선 오염 불안감 확산에 한국産 식품 주문 급증<br>라면·생수 對日수출, 이달 3배까지 늘어<br>생산공장 추가 확보·국내 재고물량 조정등 주문량 맞추기 총력

일본의 한국산 식품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들이 주문을 맞추느라 생산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25일 서울 봉래동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김과 다시마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따른 방사능 오염 우려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국내 가공식품 기업들이 아연 바빠지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의 자국산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다 일본 기업들의 식품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일본 바이어들의 한국산 주문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제품을 찾는 일본인들이 늘어나고 일부에서 사재기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어 주문급증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라면ㆍ생수 등 일본 수출이 크게 늘어난 기업들은 공장을 풀가동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물량부족에 대비한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 심혈을 쏟고 있다. 아직 일본 시장에서 별다른 특이 동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도 향후 사정이 급변할 수 있다고 보고 가공식품 등의 재고를 늘리고 있다. 다만 일본 참사를 비즈니스 기회로 삼는 듯한 모양새로 외부에 비쳐질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라면ㆍ생수 등 일본 주문 급증=가공식품 가운데서도 주문량이 급증한 대표적 품목은 라면이다. 국내 1위 라면업체 농심은 현해탄을 넘어 밀려드는 주문으로 휴일도 없이 공장을 주야로 풀가동하고 있다. 일본으로의 수출물량은 월 평균 300만달러 수준이었는데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2배가 넘는 750만달러에 달했다. 농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신라면ㆍ안성탕면ㆍ너구리 등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며 "최근에는 공장을 풀가동해도 주문량을 맞추기가 버거울 정도"라고 전했다. 삼양식품에는 컵라면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수출물량이 평소 월 30만개 수준이었지만 이달에는 100만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수 쪽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삼다수를 일본에 수출하는 제주자치도개발공사는 국내외에서 걸려오는 주문 관련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국내도 구제역 여파로 삼다수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일본 수출까지 늘어 물량 품귀 현상이 나타날 정도라는 설명이다. 삼다수는 기존 일본 바이어로부터 이미 150톤의 주문을 받아놓은 상황이다. 제주자치도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물량이 달리다 보니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올 정도"라고 말했다. 진로가 판매하는 '석수와퓨리스'의 경우 이달 일본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7% 늘어난 18만상자를 기록했다. 현재 도쿄부터 시작한 수요 증가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수출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코카콜라가 미국 코카콜라 한국법인에서 광천수를 수입해 도쿄 지역 월 생수판매량을 현재의 2배인 200만상자로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능 해독식품으로 알려진 미역ㆍ김 등 해조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주문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재고 늘리고, 공장도 추가로 확보=주문 물량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기업들의 전략도 속속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농심은 일본 수출 물량을 부산공장에서 일괄 생산하고 있는데 향후 수출이 더 늘 경우 구미 공장에서도 만드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즉석 북엇국 등을 일본에 판매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주문량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 국내 재고량을 평소의 두 배 정도로 늘렸다. CJ제일제당은 특히 최근 지진피해 지역에 햇반 10만개를 지원했는데 그 덕분인지 바이어들의 햇반 관련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다수는 요령부득인 상황이다. 삼다수 측은 "현재도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어 더 이상은 주문을 받기도 어렵다"며 증산대책이 없음을 토로했다. 이번 사태를 일본으로의 수출 길을 여는 계기로 삼는 기업도 적지 않다. 동원F&B 등 그간 일본에 생수를 수출하지 못했던 업체들은 폭주하는 바이어 문의가 반갑다. 동원F&B의 한 관계자는 "생수시장은 국내보다 일본이 더 발달돼 있고, 특히 관련 규제도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라며 "하지만 지진 이후 나라 전체가 물 부족에 시달리면서 일본 바이어로부터 수출과 관련한 문의가 크게 늘어 가시적인 성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소 4월까지는 일본 특수 이어질 듯=식품업체들은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대체적으로는 여진이나 원전사태의 향후 추이가 관건이 되겠지만 발주량 등을 감안할 때 오는 4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식품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이 불과 1주일 사이 얘기인데 수요를 얘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한 두 달은 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방사능 오염으로 일본 식료품에 대한 여론이 나쁜 상황이라 이런 추세가 금방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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