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에 매각돼 론스타의 손을 떠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외환은행이 론스타의 그늘을 걷어내는 작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단기차익을 노린 사모펀드의 속성상 직원들의 역량 강화, 고객 확보 노력, 해외 지점의 경쟁력 등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부문은 뒷전이었던 탓에 외환은행의 경쟁력은 곤두박질쳤다. 론스타가 주인으로 있었던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기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이달 중 직무순환사전예고제를 은행권 최초로 실시한다. 직무순환사전예고제는 말 그대로 직무 변경 대상 직원에게 순환발령이 나기 최소 3개월 전에 앞으로 수행할 직무를 사전에 예고하는 제도다.
외환은행은 최근 각 지점과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7월 정기인사 3개월 전인 4월 말까지 인사 대상자에게 변경 업무를 고지하고 직원들은 이를 다시 인사부에 등록하도록 했다.
직무순환사전예고제를 도입한 것은 론스타가 도입한 사업부제의 부작용을 없애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통상 입행을 하면 처음에는 출납관리를 하다 이후 개인여신, 외환, 수출입 관련 업무, 기업여신 등을 거치면서 경력을 쌓게 되는데 사업부문제가 도입되면서 이 전통이 완전히 깨졌다. 순환보직이 제한되고 자신이 하던 업무만 계속하게 되면서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이 올라갔지만 오로지 자신의 업무영역만 아는 '외눈박이 은행원'이 됐다는 평가다. 여신과 비여신 등 부문별로 칸막이만 더욱 높아졌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자기 일에만 매몰되면서 영업력이 약화되고 시너지효과가 떨어졌다"며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전예고제를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3개월여 전에 사전예고를 받으면 그동안 앞으로 업무를 준비해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적응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은 또 론스타가 장기 자산 확보보다는 리스크 관리에만 치중하면서 소홀했던 고객기반 확대를 위해 이에 대한 직원 평가방식을 수정했다. 론스타 당시 이탈한 고객만도 100만명에 달함에 따라 직원들의 성과평가 중 고객 기반 점수를 전년 대비 10% 상향하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 노력에 가중치를 줬다는 설명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론스타의 그늘을 지우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론스타는 지난 2004년 외환은행의 미국 내 시카고 뉴욕·LA·시애틀 등 4개 지점을 전부 폐쇄하고 뉴욕·LA 등에 대출만 하는 일종의 대부업체를 만들었다.
외환은행은 미국 내 지점 재설립을 위해 이현주 부행장을 LA·애틀랜타 지점 설립추진단장으로 미국에 파견해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미국 지점 통합 작업과 동시에 외환은행 지점 재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미국 지점 설립은 미국 금융 당국에 신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걸릴 수는 있지만 해외 네트워크에 강한 외환은행의 명예를 되찾는 작업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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