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불황으로 인해 소비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이 전통의 라이벌 기업 대상과의 경쟁에서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7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대상과 시장점유율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던 조미료, 고추장, 고기양념장 등 주력 품목에서 대상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50년대 CJ제일제당과 대상이 각각 '미풍'과 '미원'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시작된 조미료 시장에서는 양사 모두 2007년부터 합성성분인 MSG를 첨가하지 않은 자연 조미료 제품을 앞세워 경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산들애'와 대상 '맛선생'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0년 52.8%, 47.2%로 비슷하던 수준에서 지난해 58.6%, 42.4%로 격차가 10%포인트 넘게 벌어졌고 올 1분기에는 60.3%, 39.7%로 격차가 더 커졌다.
고추장 시장에서는 2005년 '해찬들'을 인수하고 사업을 시작한 CJ제일제당이 2007년 사상 처음으로 대상의 '청정원 순창 고추장'을 앞선 이후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양사의 점유율은 지난 2010년 46.7%, 44.5%로 근접한 수준이었다가 지난해는 해찬들 브랜드가 52.5%로 사상 처음으로 연간 점유율 50%를 넘어서며 청정원을 압도했다.
지난 1980년대부터 양사가 경쟁을 벌여온 고기양념장 시장에서도 '백설 사리원 불고기 양념'을 앞세운 CJ제일제당이 대상의 '청정원 소불고기 양념'에 승기를 잡고 있다. 고기양념장 시장에서 양사의 점유율은 지난 2011년 44.8%, 44.1%로 대상이 앞섰으나 2012년 43.9%, 43%로 CJ제일제당이 역전한 후 올 1분기 들어서는 46.5%, 41.5%로 차이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1년 고기양념장류 전 제품을 리뉴얼 출시하면서 가격을 인상하는 등 고급화 전략 덕분에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게 CJ제일제당 측의 설명이다.
양사의 식품사업 규모 차이가 마케팅 및 영업 활동의 차이로 이어지고 이것이 브랜드 인지도 및 시장점유율로 연결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 부문 매출은 3조 8,850억원으로 대상의 식품부문 매출 1조 9,592억원(대상F&F, 대상베스트코, 해외법인 매출 포함)에 비해 2배 가까이 많다.
대상 측은 시장점유율보다는 과도한 마케팅 활동을 줄여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상의 식품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0년 4.6%에서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로 지난해에는 6.3%를 기록하며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 부문 영업이익률(5.3%)을 넘어섰다는 것. 대상 관계자는 "매월 전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판매ㆍ운영계획 회의를 여는 등 재고 관리에 초점을 두고 영업활동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소비자들의 주요 식품 구매 채널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불황으로 소비가 둔화되면서 식품업계에서도 1위 기업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이라며 "CJ제일제당과 대상 모두 대형마트에서 과도한 판촉활동을 자제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형마트에서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판촉활동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현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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