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거래량 순위 세계 1위(2011년)에서 9위(지난해 기준)까지 떨어진 파생상품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식선물의 기초자산을 대거 확대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한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의 일환이다.
한국거래소는 28일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식 선물시장의 기초자산을 다양화하고 협의대량거래제도 개선, 장기결제월물 추가 상장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제2의 한맥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실시간 가격제한 제도를 도입하고 착오거래 구제제한제도도 개선한다.
우선 다음달 15일부터 주식선물의 기초자산을 현재 25개 종목에서 60개 종목으로 확대한다. 현재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등 25개 종목만 주식선물에 상장돼 있는데 현대모비스·삼성생명·LG화학 등 35개 우량 종목 선물을 추가해 다양한 투자전략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혀준다. 매년 7월 선정기준을 충족하는 기초자산은 추가로 상장하고 선정기준에 미달되는 종목은 상장 폐지해 주식 선물 종목 간 유동성 격차가 생기는 현상을 완화하는 조치도 취해진다.
주식 선물 대량 보유분의 원활한 이월(롤오버)과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자의 장기 헤지 수요를 위해 협의대량거래제도를 도입하고 거래기간이 최장 3년인 결제월물도 추가 상장한다. 협의대량거래란 당사자 간 협의된 조건(종목·가격·수량)으로 거래소에 신청해 거래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협의대량거래가 가능한 상품은 현재 3년국채선물과 통화선물뿐이었지만 앞으로는 코스피200선물, 코스피200옵션, 주식선물, 미니금선물도 가능해진다. 결제월 부족으로 장외에서 거래되는 물량을 장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현재 1년 미만으로 상장된 결제월물을 확대해 최장 3년의 장기결제월물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추가적으로 11월17일부터는 섹터지수선물과 변동성지수선물도 거래가 가능해진다.
주식선물 호가가격단위도 지금보다 2배로 확대, 주식시장과 일치시켜 거래의 편의성을 도모했다. 종목별로 다른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주식선물 증거금률도 기초자산의 변동성 위험에 따라 7~15% 차등 적용한다.
선물 거래 수요는 있지만 호가가 없어 거래가 되지 않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신(新)시장조성자 제도도 도입한다. 시장조성자로 선정된 6개 증권사는 의무호가 종목에 대해 접속 거래 시간 중 일정 시간 이상의 호가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의무적인 호가 제출은 증권사들에 위험을 떠넘기는 조치이기 때문에 이에 상응한 관련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김도연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는 "이번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대책에 업계에서 가장 바란 것 중 하나인 주식워런트증권(ELW) 옵션 승수 인하 등은 빠졌지만 주식을 장기 보유하려는 투자자가 장내 시장을 통해 효율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국내 주식 시장의 거래 유인이 증가할 것"이라며 "주식선물이 늘어나면 일반 종목 주식거래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어 주식과 선물 시장 모두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2의 한맥사태 방지를 위해 장중 실시간으로 직전 체결가격의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착오성 주문의 접수를 거부하는 실시간 가격제한제도도 도입한다. 실시간 가격제한제도는 일반적인 변동성 완화장치와 다르게 실시간으로 가격제한을 하기 때문에 주가 급변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확률은 극히 적지만 이 제도를 통해서도 막을 수 없는 대규모 착오거래가 발생하면 착오 상대방의 합의 없이 거래소가 구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착오구제제도도 개선한다.
시장의 제도가 크게 바뀌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제도 변경 초기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시장에서 잘못된 주문이 나올 경우 거래소가 직권으로 가격제한 범위를 설정하면 정상적인 거래에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제도 변경 초기 투자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기관투자가 등 주식선물 시장 참여자들을 위한 투자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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