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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홍콩] '달러 통용제' 급부상
입력1999-01-19 00:00:00
수정
1999.01.19 00:00:00
【뉴욕=김인영 특파원·정상범 기자】 브라질 레알화 붕괴후 외환 투기자들의 공격목표가 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홍콩에서 아예 현지 통화를 폐기하고 미국 달러를 통용시키자는 논의가 폭넓게 일고 있다.양국은 현재 고정환율제의 일종인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최근 재무장관에게 달러 통용제도 도입에 따른 장·단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홍콩에서도 재계를 중심으로 환율제도 변경론이 확산되고 있다.
달러 통용제는 말 그대로 아르헨티나의 페소, 홍콩 달러를 소각하는 대신에 미국 달러를 사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구상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중남미의 소국인 파나마가 유일하다.
달러 통용제의 목적은 오직 통화절하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통화를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통화가치 및 물가 안정을 달성할 수 있을 뿐더러 헤지 펀드 등 외환 투기자들의 공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효과를 올리게 된다.
실제로 홍콩의 경우 지난해 헤지 펀드의 공격을 받자 금리 인상, 선물거래 규제 등 다양한 방어무기를 동원했으며 마지막 수단으로 달러 통용제가 채택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그러나 달러를 통용할 경우 국민 정서상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이른바 「통화 주권」을 상실하는 셈이다.
홍콩 당국의 경우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국가적 자존심」이 걸려있는 민감한 정치사안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통화위원회는 국가의 주권을 행사할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통화위원회제도의 원형은 환율수준을 헌법에 정해놓고 금리를 자율 조정하는 방식으로 외환 수급을 조절한다. 달러가 빠져나가면 금리를 올려 울타리를 쌓고 달러가 너무 많이 들어오면 금리를 낮춰 돈이 빠져나가게 한다. ★그림 참조
하지만 달러를 그대로 통용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받게된다. 미국 금리와 차이가 나면 사실상 두 국가의 달러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나 홍콩 금융당국이 미 재무부의 출장소로 전락하는 셈이다.
또 정치적으로 미국이 제재를 가해 달러 공급을 중단시키면 물가폭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례로 지난 88년 미국은 노리에가 장군을 체포하기 위해 파나마에 달러 공급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
이러한 수모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와 홍콩에서 달러 통용론이 나오는 것은 헤지 펀드들의 공격에 의해 통화위원회 제도마저 무너질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97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헤지펀드의 공격에 시달렸던 홍콩이 또다시 공격받을 경우 이번엔 위험하다는 게 국제금융계의 분석이다. 또 브라질 레알화가 30%까지 절하되면 경쟁국인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엄청난 절하 압력을 받게된다.
이같은 달러 통용제도를 내심 반기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이다. 화페는 중앙은행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빚이다. 만약 아르헨티나가 연간 160억 달러의 지폐덩이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한다면 미국 중앙은행은 그만큼의 이자(7억5,000만달러)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또 유로화 출범 이후 「빅3 통화(달러, 유로, 엔화)」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달러의 위상을 제고하는 성과까지 올릴 수 있다. 최근 캐나다나 멕시코 등 북미 국가에서 통화동맹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하지만 국제금융체제에 큰 파장을 몰고올 달러 통용제가 단기간에 확산되긴 쉽지않을 전망이다. 홍콩 금융당국도 지난해 도입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한 끝에 법적인 문제 등 걸림돌이 많다면서 일단 불가 판정을 내렸었다.
통화 투기꾼의 침공은 막아내더라도 경제정책의 주권을 아예 잃어버리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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