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이 아파트를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시세의 70%까지다. 그런데 치킨집 사장님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똑같은 아파트로도 시세의 최대 99%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가계 빚 감축을 위해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여전히 규제의 무풍지대에 있는 '개인사업자 주담대' 얘기다.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는 현행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70%와 무관하게 더 많은 한도를 대출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활용해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LTV를 최대 99%까지 내건 곳이 등장하는 등 공격적인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1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지난 10일 업계 최초로 온라인 주담대 상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대출 상품보다 한도를 높여 10억원 내에서 아파트와 주상복합, 아파트형 연립주택을 보유 시세의 최대 95%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페퍼저축은행도 개인사업자에 대해 LTV 최대 95%까지 추가 대출을 해준다. LTV가 가장 높았던 곳은 OSB저축은행으로 30억원 한도로 LTV 99%를 인정하고 있다. HK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등 대부분의 저축은행도 최대 90%의 한도를 제공하고 있다.
업체마다 차이는 다소 있지만 저축은행의 주담대는 대부분은 가계가 아닌 개인사업자 대출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과 저축은행의 LTV 한도가 70%로 같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은행에서 대부분 대출을 받는다"며 "하지만 개인사업자 주담대는 담보 가치 외에 매출이나 신용도 등을 평가해 한도를 올려줄 수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 고객 대부분은 LTV 70%를 넘는 개인사업자 주담대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택 가격과 거의 같은 금액을 대출해주는 저축은행의 영업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실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개인사업자에게 주담대를 내줄 때 보통 5년 치 경매낙찰률(경락률)에 따라 LTV를 산정하는데 아파트의 경우 보통 70% 수준"이라며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도와 업황 등을 참고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주택 시세만을 보고 대출을 해주는 건데 지금은 주택 거래가 다소 활발한 편이어서 상관이 없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경우에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같은 2금융인 상호금융업계 역시 사업자 주담대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가계 주담대와 같은 LTV 70%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신협의 경우 사업자는 LTV 80%까지 대출을 해주지만 개인이 사업자를 가장해 한도를 높게 받는 경우가 있어 심사를 매우 까다롭게 하고 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심사가 까다롭기 때문에 신협의 주담대 잔액 가운데 사업자 주담대 비중은 0.06%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주담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주담대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아직 특별한 증가세는 보이지 않지만 만일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면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계 부채 관리 차원에서 다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업자 대출은 자영업자라고 하더라도 가계 대출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가계 부채 방안으로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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