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은 지난달 1일 하반기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2,900억원 더 늘리기로 결정하고 같은 달 2일부터 이를 적용했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있어 올 초 예정됐던 3조3,000억원의 예산만으로는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중기정책자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 2009년 5조8,000억원 수준을 기록한 뒤 매년 3조3,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배정되고 있다.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어려워 중소기업들이 자금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면 자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효과가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의 납품 단가를 낮추는 바람에 상당히 희석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납품 단가를 깎아 모은 예산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했다며 박수를 치는 꼴이다. 정책금융 집행에 따른 행정비용이 갈수록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모순은 행정 비효율만 초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소기업을 튼실히 키울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자금지원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최근 같은 불황을 감안하면 제값을 받고 정부기관에 납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의 시각이 교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충북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최저가 입찰의 부당성에 대해 수차례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며 "민간은 물론 정부 납품 이익까지 같이 줄어드니 업계 내 모든 업체들이 다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돼 감원을 하고 투자를 못하게 되면 이에 따른 내수위축 여파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중소기업의 도산이 늘게 되면 그동안 쌓아놓은 기업경쟁력과 기술ㆍ설비 등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대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명분이다.
중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버릇처럼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외쳐온 정치권과 정부가 불합리한 조달가 산정시스템을 그대로 둬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앞뒤가 안 맞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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