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중징계 방침을 통보한 가운데 국민은행의 고위 임원 상당수가 다음달 임기 만료될 예정이어서 집단 경영 공백까지 우려되고 있다.
회장과 행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이 확정될 경우 퇴직압박이 거세지고 인사권의 중심을 잡을 결재 라인이 함께 흔들리면서 은행 전체에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12일 "설령 회장과 행장이 그대로 남는다 해도 임원 인사가 회장과 행장의 협의 아래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 상태에서는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며 "국민은행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내부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오는 7~8월에 국민은행 상당수 임원들의 임기가 종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병수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이헌 영업추진2본부 부행장, 민영현 상품본부 전무, 박정림 WM사업본부 전무 등이 인사 대상이다. 이들 중 일부는 유임 가능성이 있지만 이 역시 최고 경영진이 판단해야 할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금감원 징계로 인해 주요 임원들의 추가 교체도 예상된다. 정보유출과 전산시스템 교체 파문으로 인해 박지우 고객만족본부 부행장과 조근철 IT본부 상무 역시 중징계가 예고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인 박 부행장의 경우 정보유출 사건 당시 KB국민카드의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총 19명의 국민은행 임원진 가운데 3분의1가량이 당장 인사 대상에 올라 대규모의 물갈이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중징계를 맞을 수 있는 초유의 사태가 예고됨에 따라 인사권에 커다란 혼선이 생겼다는 점이다. 국민은행 임원 인사는 은행 비서실 주도 아래 은행장과 지주 회장이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 임원 인사는 출신 성분 간의 채널 안배 등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기 때문에 회장과 행장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내부 분위기가 흉흉한 가운데 금감원 징계와 경영진 갈등으로 임원 인사까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은행 영업망 등의 혼선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이 알려진 후 노조 역시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어 경영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이참에 국민은행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국민은행에서 관치금융을 완전히 뿌 리뽑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보는 최악의 상황은 징계에도 불구하고 행장과 회장이 모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노조 차원에서 강경 투쟁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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