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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보험사 행보 빨라진다
입력2002-09-24 00:00:00
수정
2002.09.24 00:00:00
"내년도입 방카슈랑스 선점하자"내년 8월 도입되는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를 앞두고 외국계 보험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미 국내 시중은행과 짝짓기를 끝낸 보험사는 모두 외국계 생보사들이고 현재 추진중인 협상도 국내 생보사가 포함된 건은 찾기 힘들다.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외국계 보험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대형 생보사들이 은행과의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경우 `득실`을 계산하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마이크 비숍 PCA생명 사장은 “이미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아시아 각국에서 성공을 거뒀고 이렇게 쌓여진 노하우 때문에 다수의 한국계 은행들이 파트너 협상을 제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 보험사 방카슈랑스 시장 주도
방카슈랑스 대비 작업은 신한금융지주회사와 BNP파리바 자회사인 카디프 생명이 일찌감치 착수했다. 아직 방카슈랑스와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 `방카슈랑스형` 상품인 신용생명보험(은행 대출 고객이 사망했거나 경제적 능력을 상실했을 때 대출금을 보험사가 대신 상환하는 보험상품) 이 신한생명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신한지주사와 카디프 생명은 또 50대 50으로 출자해 올해 안에 방카슈랑스 전문보험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ING생명과 국민은행의 제휴도 예상되고 있다. ING그룹의 국민은행에 대한 추가 출자가 전제돼야 하긴 하지만 ING생명은 가장 많은 판매망이 있는 국민은행과의 방카슈랑스 협상에서 우선권을 갖고 있다. 특히 ING생명은 이미 2년여전부터 한국시장에서 방카슈랑스 영업에 대비해 상품개발, 전산구축 등 필요한 작업을 이미 마쳐 놓은 상태.신호만 울리면 바로 출발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돼 있다.
이밖에 하나은행과 알리안츠 그룹의 방카슈랑스 전문 합작 생명보험사 설립도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조만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ㆍ조흥은행도 외국계 파트너 유력
경쟁력 있는 판매망을 갖춘 국내 은행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금융ㆍ조흥은행 등이 추진하는 방카슈랑스 합작회사 설립에 외국계 보험사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금융이 추진중인 합작 생보사 설립에 미국의 AIG, 시그나 생명, 영국 푸르덴셜 등 국내외 5개 업체가 막판 협상을 진행중인 가운데 AIG가 유력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측은 “당초 지난달말 예정이었던 양해각서 체결이 지연되고 있지만 10월초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본계약에 대한 구체적 내용과 합작조건을 협의할 계획”이라며 “AIG가 가격을 더 높일 의사가 있음을 보이는 등 가장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조흥은행의 합작 파트너로는 교보생명이 거론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방카슈랑스 경험 측면에서 메트라이프가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 생보사의 강점은
이처럼 외국계 생보사가 방카슈랑스 협상에 주도권을 잡고있는 것은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 이밖에 방카슈랑스에 집중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는데 있다. 카디프생명 관계자는 “카디프의 고객은 우선 신한은행”이라며 “카디프라는 이름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은행 판매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은행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때 그때 시장 흐름에 맞는 상품을 신속히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방카슈랑스 성공에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외국계 생보사의 한 임원은 “보험사 CEO에서부터 실무진까지 방카슈랑스에 집중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 방카슈랑스(bancassurance)란?
은행(bank)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로, 기존 은행과 보험회사가 서로 연결해 일반 개인에게 광역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는 보험회사가 은행지점을 보험상품의 판매으로 이용하여 은행원이 직접 보험상품을 파는 영업형태를 말하기도 한다.
개인의 저축성향이 단순한 복지차원이 아닌 노후를 대비하는 쪽으로 바뀌고, 기관의 대고객 유대관계가 갈수록 느슨해지고 다변화되는 추세를 보여 보다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에서 생겼다.
또 시장개방추세가 진전되면서 시장의 영업망이 크게 변모하고 은행과 보험회사 간의 상호주식보유 등 규제완화도 이 같은 새로운 영업분야 등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럽에서는 비교적 보편화되어?상품??20% 이상이 은행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55% 정도가 방카슈랑스 형태로 판매된다. 미국도 상품의 13%가 은행을 통해 고객에 전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8월부터 방카슈랑스가 본격 도입될 예정이다.
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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