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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횡재 만화경
입력1999-12-09 00:00:00
수정
1999.12.09 00:00:00
횡재 앞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변할까. 한국의 텔레비전이 돈을 뿌려놓고 돈줍는 사람들을 몰래 카메라로 찍어 방영한 일이 있다. 여러 종류의 사람이 횡재 앞에서 어떤 표정과 반응을 드러내는지 가차없이 보여준 쇼 프로였다. 77년의 이 프로는 인간품성을 모독하고 황금만능풍조를 조장한 텔레비전의 횡포라는 호된 비판을 면치 못했다.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배우 그레고리 팩이 주연한 영화 「백만 파운드」가 상영된 것은 그 이듬해인 78년이다. 중국의 영화제목은「백만영방」. 주인공이 영국돈 백만 파운드 수표 한 장으로 횡재했으나 바람에 날아가자 주인공이 수표를 붙잡으려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뒹굴며 뒤를 쫓는 모양을 희극적으로 그렸다. 횡재에 오금을 못 펴고 거금에 취해버리는 사람의 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중국이 바야흐로 「돈놓고 돈먹는 자본주의 시장」에 진입하려고 개방의 주판알을 튀기던 당시 정황에 들어맞는 영화였다.
3,000만원의 거금을 분실한 30세의 여자 회사원이 있었다. 그는 7년을 먹지않고 모은 현금을 1,000만원씩 세덩어리로 나눠 약갑, 팬티스타킹갑, 오렌지주스통에 각각 집어넣었다. 그것을 걸레로 똘똘 말아서 지하실 한귀퉁이에 보관했었다. 지하실을 정리하던 파출부는 현금 뭉치를 구별하지 못하고 다른 폐품과 함께 고물장수에게 1,900원을 받고 팔어넘겼다. 횡재를 한 고물상은 3만원만 쓰고 나머지를 누이동생에게 맡겨두었다. 분실신고를 받은 담당형사는 파출부와 관내 고물상 12명을 수사한 끝에 횡재의 주인공을 찾고 쌀독에서 남은 돈 2,467만원을 회수했다. 횡재했던 고물장수의 혐의는 업무상 횡령이었다. 86년 연말의 일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속담처럼 「재수가 물밀 듯하고, 불일 듯하기」를 고대한다. 대낮에 돈벼락을 맞은 일이 눈에 번쩍 띄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낯선 사람이 다가와 『요즘 세상 참 살기 힘들죠』하며 552만원이 든 종이 상자를 불쑥 주고 갔다. 그러나 공돈 받은 사람은 횡재수를 거부하고 파출소에 신고하니, 공돈을 준 사람은 정신병원 환자임이 밝혀졌다. 사람은 태어날 때 주먹을 쥐고 태어나는데 이는 권력과 금력을 움켜쥐어 보려는 본능에서 그렇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인간은 돈을 움켜쥐려고 무한 질주를 한다. 인간은 돈벼락을 맞는 망상 속에 산다. 자본시장의 본질은 인간으로 하여금 재화라는 목적물을 향해 직선적으로, 파괴적으로 질주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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