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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와 살인범 누가 더 지독한지…
입력2002-01-24 00:00:00
수정
2002.01.24 00:00:00
[화제영화] 강우석감독 '공공의 적'아시안 게임 권투 은메달 특채 경사, 강경사. 그리고 강경장, 강순경. 남들 두계급 진급할 동안 두 계급 강등된 형사.
지명수배자 풀어주고 돈받기, 마약조직에게서 마약 훔치기, 무단이탈, 무단 횡단, 무계획. 가진 건 단단한 주먹과 무대포 정신.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안다. '조규환, 그 놈은 무슨일이 있어도 잡아야 한다'
독일계 회사 펀드매니저 조이사. 혼자 힘으로 공부했고, 혼자 노력으로 승진을 했다. 이력에 오점을 남기는 것, 자신을 방해하는 건 용서하지 않는다.
명철한 두뇌와 특유의 깔끔함으로 절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는 아주 똑똑한 살인범이다. 그리고 그는 곧 큰 돈을 벌게 될것이다. 생각없는 무대포 형사 하나만 따돌리면 만사형통이다.
연출자ㆍ제작자ㆍ투자자ㆍ배급자로서 역량을 다하고 있는 충무로 실력자 강우석 감독이 98년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이후 25일 선보이는 '공공의 적'은 지독한 형사 강철중(설경구)과 악독한 범인 조규환(이성재)의 팽팽한 힘겨루기를 다룬 코믹물이다. 분명하고 저돌적인 캐릭터를 밀어붙여 웃음을 만들어내는 강감독 특유의 연출력을 만날 수 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어느 여름밤. 주택가 골목에서 잠복근무 중이던 철중은 변의를 참지 못하고 전봇대 뒤에서 볼일을 본 뒤 일어서다가 판초를 걸친 사내와 부딪쳐 넘어진다.
화가 치민 철중은 달려가 사내의 뒤통수를 후려치지만 그의 품에서 나온 비수가 눈가를 스치자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로부터 일주일후, 인근 주택에서 칼로 난자당한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된다. 철중은 노부부의 외아들 규환을 보고 그가 바로 비오는 날 마주쳤던 사내이자 살인법임을 직감한다. 이때부터 살인의 단서를 찾아내려는 철중과 그를 무력화시키려는 규환의 본격적인 대결이 불꽃을 튀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게으른 형사의 캐릭터를 소화해낸 설경구 연기에 있다.
무기력과 나태가 표정과 걸음걸이에 가득하고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무관심이 극에 달하며 더럽고 누추한 옷차림과 상스런 말투, 예의와 배려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거친 일상이 전부인 경찰이다.
이 경찰의 캐릭터는 그 내부의 진솔한 모습에 접근하기 힘든 형사들의 세계에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빈틈을 중첩시키며 묘하게도 매우 친근하고 생생하며 입체적인 공감을 자아낸다.
이 영화는 '투캅스'시리즈를 통해서 보여졌던 강우석 감독의 연출스타일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현실에 대한 풍자와 역설적 상황이 빚어내는 '강우석표'유머가 살아있다.
또한 강신일(엄반장), 이문식(주류업자), 성지루(정보원) 등 낯익은 조연들의 감초연기도 맛깔스러워 탄탄한 짜임새로 2시간동안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만드는 솜씨가 상당하다.
<사진설명>막무가내로 범인임을 주장하는 무대포 형사와 뻔뻔스러우리 만치 태연자약하게 대응하는 살인범의 캐릭터를 연기해낸 설경구와 이성재(왼쪽)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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