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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모바일 생존경쟁] 새로운 것 찾아 도전·혁신 '퍼스트 무버'만이 웃는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세상은 갈수록 빠르게 변한다. 기술은 날로 진화한다. 하늘 아래 더이상 새로운 것은 없을 듯하다. 그런데도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들이 쏟아진다. 웬만큼 새로운 것에 대해선 소비자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신기술의 손바뀜이 잦은 정보기술(IT)ㆍ인터넷 관련 산업은 더 그렇다. 기술과 상품, 서비스 트렌드의 변화가 빛의 속도처럼 빠르다. 쫓아만 가면 승산이 없다. 먼저 치고 나가지 않으면 주목조차 받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패스트 팔로우(빠른 추격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가 될 것을 주문한다. 살아남기 위해 현재의 것을 버리고 날로 새로워지는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모바일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 전자제품의 대표주자였던 소니 등 버리지 못해 사라져간 1등 기업이 많다. 성공의 틀에 매여 혁신을 못해 몰락하는 1등 기업의 역설, 일명 '이카루스 패러독스' 때문이다.

반면 버림으로써 살아난 회사도 있다.

제록스는 1970~1980년대 복사기 시장의 98%를 차지했다. 회사 이름(제록스)이 '복사'의 보통명사가 될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 말 시장점유율은 15%로 추락했다. 1등의 틀에 갇혀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7분기 연속 적자로 부채는 170억 달러로 급증하고, 보유현금은 2억 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시장에서는 '제록스가 파산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제록스는 더이상 복사기의 대명사가 아니었다. 시장을 독점했다는 사실을 잊어야만 했다. 벼랑 끝에 선 제록스는 '제록스'를 버렸다. '복사기는 공짜, 토너ㆍ잉크카트리지 등 소모품과 복사기 유지ㆍ보수는 유료'로 방향을 선회했다. '복사기 제조'라는 틀을 버리고, '종합문서솔루션 서비스' 회사로 변신했다. 흑자로 돌아섰고 회사는 정상화됐다. 2004년 월스트리트저널은 "제록스가 벼랑 끝에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결국 제록스는 버림으로써 진화했고, 생존했다. 앤 멀케이 제록스 CEO는 "때론 아프더라도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 있다. 나는 버림으로써 배웠고, 또 얻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변신은 무죄다.

애플 역시 변신을 통해 살아남았다. 1970년대는 IBM과 함께 PC 시대를 개척했다. 그런 표준경쟁에서 IBM에 밀리면서 1990년대 중반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다 2000년 초반 모바일 기기 기업으로 변신했다. IBM이 2004년 PC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후에는 PC 시대를 개막한 주인공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업이 됐다.

애플은 2011년 6월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하면서 PC 시대의 종말과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PC 시대를 개척한 애플이 PC 시대의 파괴를 주저하지 않았던 셈이다.



구글도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한다.

구글은 온라인 검색시장의 글로벌 넘버원 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6개월 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로봇 관련 회사를 사들였다. 지난해 미국 국방부가 주최한 재난구조로봇 대회에서 1등한 일본의 샤프트를 포함해 8개 회사를 매입했다. 오터퍼스, 봇앤드돌리, 홈롬니, 인더스트리얼퍼셉션, 레드우두, 로보스틱, 메라로보틱스 등은 로봇 팔 구동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 물건을 정교하게 쥐는 기술, 컴퓨터 시각 기술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회사들이다.

구글은 전체 연구개발(R&D) 예산의 70%를 핵심사업인 검색기술개발에 투자하고, 20%는 핵심기술을 보조하는 기술, 나머지 10%는 창의적 분야에 투자한다. 그러나 로봇은 핵심사업도, 핵심기술을 보조하는 기술도 아닌데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 결국 구글은 로봇산업을 차세대 핵심사업,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본 것이다.

구글은 비밀조직 '구글X'를 만들었다. '문샷'이 목표다. 문샷은 달에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것처럼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말한다. 달 지도 검색 서비스는 이미 시작했고, 룬 프로젝트를 통해 달 궤도에 풍선을 띄워 우주공간에서 통신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무인 자동차, 구글 글래스 등 이미 잘 알려진 프로젝트도 많다. 구글의 이런 시도는 현재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생존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등을 차지했다. 3대 중 한대 꼴인 3억2,000만대를 팔았다. 2위 애플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숫자다. 3위는 중국 화웨이다. 레노버ㆍZTEㆍ샤오미ㆍ쿨패드 등이 바짝 쫓고 있다. 이들 중국업체 5인방의 시장점유율은 20%다.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눈부신 성장세를 예고한다.

스마트폰 뿐만이 아니다. 태블릿, PC, 카메라 등 전자제품은 물론 인터넷 검색, 온라인 쇼핑, 게임 등 ITㆍ모바일 전 분야에서 중국 업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진과 화산으로 대부분의 동식물이 멸종된 지구에서 자신을 버리는 '진화'를 선택한 동식물만이 살아남았다.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생존을 고민하는 우리 기업들이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자연의 섭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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