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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을 제시하라(사설)

정치도 경제도 블랙홀에 빠져드는 것처럼 혼란스럽다. 북한 노동당 황장엽 국제담당비서의 돌연한 망명으로 남북간에는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 한보비리는 깨끗한 마무리가 아니라 우려했던 대로 축소와 은폐의혹을 안은채 덮여가고 있다.국내정치적으로 김영삼정부의 도덕적 권위는 만신창이가 됐다. 김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한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마저 있다. 행정력의 약화, 공무원의 복지부동이 심화돼 레임덕 현상이 현저히 나타나고 있다. 한보사건은 권력형비리의 실체를 파헤치지 못한 채 덮어 버렸던 수서 사건의 재판으로 끝나가고 있다. 김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한보사건의 핵심적인 배후인물이라는 얘기가 항간에 널리 퍼져 있고 야당에 의해 정식 문제제기 됐다. 이에 검찰은 『설만으로는 수사할 수 없다』며 머뭇거리다가 김씨가 결백을 주장하며 제기한 고소사건의 고소인자격으로 김씨를 소환해 조사키로 했다. 조사형식이나 조사에 이르는 과정으로 볼때 김씨의 무혐의를 입증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렇게 될 경우 이는 뒷날 큰 불씨를 남기는 결과가 되리라는 것도 일반적인 예측이다. ○뒷날 불씨남긴 한보수사 노동법개정문제도 임시국회에서 재론될 것이지만 뚜렷한 해결방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국회심의를 보아 언제든 파업을 재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보사태와 노동계파업이 결합될 경우 경제는 회생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것임이 분명하다. 눈을 밖으로 돌려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황비서의 망명을 성사시키는 일이 발등의 불이 됐다. 망명자의 자유의사를 확인한 뒤 망명희망지로 보내는 것이 국제관례이나 중국은 남북한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만의 핵폐기물 북한반입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잠복해 있고 일본은 우리 정부의 항의에도 아랑곳없이 일본군위안부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위로금 지급을 강행, 한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이같은 국내외적 여건 속에서 경제는 장기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1분기중 경제성장률은 5%대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대달러환율은 10년내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자칫 1만달러시대에서 9천달러시대로 후퇴할지 모른다는 당혹감을 떨치기 어렵다. ○무역적자 올해중 최악 위험 한보후유증을 완화하기 위해 6조원이 넘는 돈이 풀려 인플레심리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잡고 사치성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세무당국을 동원했다. 구태의연한 방법이다. 언제쯤 정부는 국제화사회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까. 무역적자는 올해중 최악을 기록할 위험이 있다. 대선진국 무역에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 올해 적자목표를 1백40억달러로 잡았지만 이의 달성은 이미 싹이 노랗다. 정부가 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을 때부터 그런 조짐을 보였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올해중 무역수지 균형을 이룬다는 자세로 다잡아나가야 한다. 한보사태로 은행들도 만신창이가 됐다. 올해 몇개의 은행이 제대로 결산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은행의 경영위기는 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진다.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살아날 조짐도 찾아보기 어렵다.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원인인 정부의 과다한 규제 또한 개선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던 약속은 간데없고 정부는 커지기만 한다. 첨단기술을 개발해야만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터인데 과학기술 정책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며 혼란만 준다. 자본시장의 꽃이라는 증권시장은 4년째 침체 속을 헤매고 있다. ○정부,명확한 청사진 제시를 중소기업의 부도율과 어음부도율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 부도율은 0.21%로 평월의 2배 수준이었고 어음부도율도 0.19%로 15년만의 최고였다. 불황의 장기화가 주된 원인이지만 한보사태로 금융기관들이 대출에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에도 원인이 있다. 실업률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한참 일할 나이의 장년층들이 명예퇴직 바람으로 직장을 잃고 있다. 실업률 상승은 사회불안의 요인이 된다. 실업자 1백만명 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가 그동안 땀흘려 쌓아온 경제적 성과가 남미식의 종말을 맞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확실한 국정 청사진의 제시이다. 그것은 정부가 하루속히 해야할 일이다. 경제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에겐 의지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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