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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 조짐에 미군사기 급랭”
입력2003-03-30 00:00:00
수정
2003.03.30 00:00:00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예상과 달리 장기전 조짐을 보이자 미군들의 사기가 급속히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나리시야에서 임무 수행 중인 미해병대에 배속된 BBC 특파원 앤드류 노스는 해병대가 1주일째 이어지는 게릴라식 전투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며 이들은 “전투 전개 상황이 정치인들이 당초 얘기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한 해병은 노스에게 “이게 어디 쉬운 전쟁이냐.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격을 더 참지 못하겠다”며 “이제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노스는 예상치 못했던 게릴라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미군들은 이라크 민간인이 지나갈 때마다 혹시 적군이 아닐까 바짝 긴장하곤 한다며 여기에 열악한 주변환경과 극심한 피로가 겹쳐 병사들을 녹초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해병 제1탱크대대의 대대장인 짐 차티어 중령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병사들의 수면부족이 최대의 적”이라며 수일간 계속된 바그다드 진격으로 지친 선봉 부대들은 최근 불어닥친 모래 폭풍으로 연 이틀간 잠을 설쳤다고 전했다. 4∼5명이 차량 안 좁은 공간에서 서로 몸이 엉킨채 자고 있고 침낭에서 자는 병사들도 아침에 일어나 보면 깊은 모래아래 깔려 있다. 마이클 퍼셀 소령의 경우 평상시 하루 4시간의 수면을 취하지만 최근 2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 쌓인 쓰레기와 득실대는 파리떼도 병사들에게는 또다른 스트레스 요인이다. 해병들은 하루 3끼를 갈색 플래시틱 봉지에 밀봉된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운다. 개전이후 따뜻한 음식은 구경조차 못하고 있다.
정신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해 지구력의 한계를 넘을 경우 병사들은 `전투 스트레스 반응` (combat stress reaction)이라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미군은 바로 이같은 문제를 다루기 위해 정신과의사, 심리학자, 소셜워커 등 23명의 군 정신전문가들로 구성된 10개의 부대를 편성, 모두 200여명의 정신관련 위생병을 이번 이라크전에 파병했다.
걸프전에서 미해병 정신과의사로 최전선에서 활약한 폴 라간은 전투 스트레스가 불안, 우울증, 심지어 공포심 등의 증세로 이어져 피해 군인들이 전투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소속 부대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며 과거에는 군대가 스트레스 등 정신문제를 나약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으나 지난 91년 걸프전을 계기로 이를 대하는 인식이 크게 변했다고 말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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