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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국정감사 증인석에 앉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지킨 사람은 황각규 롯데그룹 사장이었다.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인 황 사장은 이날 국감에서 때때로 신 회장과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광윤사 지분 구조 등 민감한 질문이 나오자 "황 사장이 실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대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 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롯데에서 황 사장은 이제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는 신 회장이 지난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했을 때부터 옆자리를 지켰다. 노무라증권 등 외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 회장이 롯데뿐만 아니라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까지도 도왔다. 신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25년 내내 고락을 함께 셈이다.
당시 부장이었던 황 사장은 신 회장이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사장으로 발령됐을 때도 함께 자리를 옮겼다. 롯데그룹이 대거 세대교체를 단행했던 2005년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등 승진 가도를 달렸다. 당시 인사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아닌 신 회장이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황 사장은 이때 50세로 롯데 임원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했다.
황 사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이지만 경영 감각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회장이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등 기업을 잇따라 인수할 때 황 사장도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바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가 '롯데의 실세'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7월부터다. 당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에 황 사장의 이름이 포함돼 있던 것이다. 해임지시서에는 신 회장과 황 사장, 이인원 롯데 정책본부 부회장을 해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 롯데 관계자는 "그만큼 황 사장이 신 회장의 빼놓을 수 없는 조력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최근 신 회장의 국내외 출장에 빠짐없이 동행하고 있다. 7일에는 신 회장을 대신해 중국 관광레저업체인 진장국제그룹 고위경영자와 만나 유커 유치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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