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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 본 아시아 금융위기
입력1997-10-25 00:00:00
수정
1997.10.25 00:00:00
김인영 기자
◎“아시아는 환투기 주타깃… 위기 끝나지 않았다”【뉴욕=김인영 특파원】 「검은 목요일」로 불렸던 23일 뉴욕 증시의 딜러들 사이에는 아시아 경제위기의 「도미노 효과」가 주제로 올랐다. 지난 94년 멕시코 페소 위기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가 줄줄이 통화 위기를 겪었던 「데킬라 효과」처럼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위기 전염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 태국에서 시작,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을 휩쓴 금융위기가 최근에는 선진국 단계에 진입한 한국·대만의 주식 및 외환시장으로 번졌다. 급기야 아시아의 마지막 보루라고 믿었던 홍콩 증시가 연 3일째 23%나 붕락하자, 아시아 경제위기의 도미노 이론은 더욱 세계 금융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살로먼 브러더스사의 아시아 전문가 데스몬드 래치먼씨는 『한국, 파키스탄, 대만에 이어 홍콩이 환투기의 공격을 받고 있다』며 『아시아 위기는 더이상 동남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제 핫머니 거래자들은 아시아 경제위기의 확산 정도가 예상 외로 심각하며, 각국 정부가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신용을 회복하기까지 적어도 2년정도는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 위기를 부추긴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자본이 아시아지역에서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국제 자본 이동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미국의 AMG 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아시아 지역에 투자된 선진국의 뮤추얼펀드(투자신탁) 금액은 1백34억달러였으나, 지난 10월15일 현재 95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수익성이 없는 아시아 지역보다 남미, 러시아 등 수익성이 높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아시아 지역에는 올들어 외국인 뮤추얼 펀드가 29%나 줄어들었다.
홍콩 증시폭락이 유럽과 일본, 미국 등 선진국 금융시장을 교란시킨 것은 역설적으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개도국들이 세계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에 따라 아시아의 경제 위기가 어디까지 확산되고, 얼마나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아시아 경제 위기가 상당히 오래 갈 것이며, 이에 따라 9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증시 상승 기조가 여기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여온 아시아 경제권이 침체하면 선진국의 수출이 줄고, 상승 기조의 세계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비해 미국 월가의 증권 딜러들은 아시아 경제 침체가 미국 기업의 매출 감소에 주는 영향은 5∼10%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 통화 위기가 더이상 미국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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