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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의 책임

대법원 민사3부는 부실 회계감사를 믿고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에게 회계법인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실감사로 주식투자자가 손해를 보았다면 회계법인은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부실감사 이전의 정상주가와 부실감사 사실이 밝혀져 폭락한 다음 다시 안정세로 형성된 주가와의 차액을 기준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정부도 부실감사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정부는 대우 계열사의 실사결과 부실이 당초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자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추궁키로 하고 채권 금융기관과 회계장부 조작 사실을 덮어둔 회계법인까지도 강도 높은 문책을 단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채권금융기관의 손실분담과 공적자금이 투입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추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 감사나 회계장부 조작 사실을 눈감아 준 회계법인도 책임을 지고 배상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투명경영이 정착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같은 사례는 있을 수 없다. 만약 감사를 엉터리로 했거나 장부조작을 눈감아 주었을 경우 그 회계법인은 살아남지 못한다. 배상책임은 물론 신뢰를 잃어 더 이상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과거 회계감사는 형식적 절차이거나 통과의례나 다름없었다. 경영진의 의사에 맞추거나 분식결산을 눈감아 주는 것이 상례가 되다시피 했다. 그 결과 이를 믿은 투자자들과 거래 기업들의 피해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투명경영이 강조되고 감사제도가 강화되고 있는 때다. 그런 적당주의와 봐주기 감사가 통하지 않고 어물어물 넘어가서도 안된다. 투자자들의 권리찾기 의식이 높아지고 제도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결과 정부의 책임추궁 의도는 부실감사와 편법적인 회계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다. 투명경영과 정상적인 감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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