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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단의 풍운아 '고암'의 자취

한국화단의 풍운아 '고암'의 자취 이응노미술관 개관 기념전 14일부터 동서양을 넘나드는 상상력과 극적인 반전을 항상 도모했던 작가, 남북으로 갈라진 조국의 이데올로기 다툼의 칼끝에 서서 위태로우면서도 도발적인 삶을 꾸려갔던 고암(顧菴) 이응노(李應魯.1904-1989) 화백의 예술혼이 고국에 돌아왔다. 이응노미술관이 14일 서울 평창동에서 문을 연다. 이번에 문을 여는 미술관은 건평 150평 규모로 고암 작품의 연구,전시는 물론 학술, 출판 등의 사업으로 그의 진면목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파리에 있는 기념관 `고암서방(顧菴書房)'과 더불어 고암의 생애와 예술을 조명하는 공간이 두 나라에 마련된 것. 고암서방은 이씨가 89년 타계할 때까지 살았던 파리 근교의 보 쉬르 센느에 자리잡고 있다. 고암의 10주기를 맞아 지난해 출범한 이응노기념사업회(회장 윤범모)는 미술관 건립의 모태 역할을 했다. 모두 3층 건물로 전시실과 학예연구실, 작업실이 각 한층씩 들어섰다. 미술관은 개관기념전으로 `42년만에 다시 보는 이응노 도불전(渡佛展)'(14-12월 29일)을 갖는다. 1958년 서울 소공동의 `도불기념전'을 재조명하는 자리이다. 1958년은 고암의 삶과 예술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 전통화가로서는 처음 프랑스로 건너가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던 전시회가 바로 `이응노 도불전'이었던 것. 당시에 전시되었던 작품 61점이 모두 나온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대다수가 반추상인 경향의 것들이다. 그는 `동양화의 사상과 기법'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무슨 그림이고 물체를 똑똑히 파악하고서 묘사, 표현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자면 세밀한 사생(寫生)을 많이 해 가지고 다시 그것을 생략하여 사의(寫意)즉 창의를 표현할 중 알아야 한다. 반추상이란 사생과 사의가 일치된 것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보태어 말하자면 사생적인 이념을 약화된 마의 표현이되, 거기 지적 의도를 암시하는 것이다.“ 전시된 작품 중 이런 의도를 잘 나타내 보이는 것으로는 `해저'(1956)가 있다. 소재는 바다 속의 정경에서 얻었겠지만 분방한 선묘와 함께 형상은 추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또 `생맥'이라는 작품은 고암의 특색인 신축성 있고 자유분방한 붓놀림을 볼 수 잇는 작품들이다. 붓의 운동감을 강하게 하면서 엷은 색조의 점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고암은 파리에서 당시 앙포르멜 운동을 주도했던 파케티 화랑과 전속계약을 맺어 활동하면서 종이 꼴라주 기법을 사용한 완전추상 작품을 발표했다. 또 1964년에는 파리의 동양미술관인 세르누쉬 미술관 내에 동양미술학교를 세워 수많은 유럽인들에게 동양미술을 가르쳤다. 문자추상에 대한 참색도 계속 이루어졌다. 고암은 1967년에 이른바 동백림 사건으로 귀국하여 옥고를 겪었는데, 옥중에서도 작업을 계속해 수많은 옥중화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박인경(朴仁景.고암 미망인.국적 프랑스) 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작은 기간이 끝나면 프랑스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법적 절차 등 양국간의 문제 때문에 작품을 항구적으로 가져오는 게 쉽지 않지만 절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미술관은 이번 개관전에 맞춰 홍선표(이화여대 미술사학과), 정형민(서울대 동양화과), 최태만(서울산업대 응용미술학과) 교수 등이 발표자로 참석하는 학술대회를 12월 2일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개최한다. 고암 연구자를 양성하고 한국근대미술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암학술논문상을 제정해 공모(15일 마감)중이며 「고암 이응노, 삶과 예술」이라는 제목의 자료집도 지난 7일 출판했다. /이용웅기자 yyong@sed.co.kr입력시간 2000/11/08 17:4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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